지난달 31일 맘스터치가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이벤트를 공개한 가운데 ‘애미’라는 표현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맘스터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왔던 이벤트 게시물.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맘스터치 공식 인스타그램<br>
지난달 31일 맘스터치가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이벤트를 공개한 가운데 ‘애미’라는 표현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맘스터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왔던 이벤트 게시물.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맘스터치 공식 인스타그램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기업들 사이에서 ‘펀(fun) 마케팅’이 꾸준히 각광을 받고 있다. 신선한 재미를 줘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펀마케팅은 MZ세대를 공략하는 주요 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다가 부적절한 표현을 써 선을 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 맘스터치 ‘마이애미’ 이벤트… 결국 전면 중단 결정

지난달 31일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 맘스터치는 자사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이벤트를 공개했다.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으로 엄마 사진을 올려놓으면 900명에게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을 일으킨 것은 행사명이었다. 맘스터치는 ‘나의 어머니’라는 의미로 ‘마이(My)'와 ’애미(어미의 경남지역 방언)를 합해 이벤트에 ‘마이애미’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애미’라는 표현이 실생활에서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미’의 표준어인 ‘어미’는 국어사전에서도 △‘어머니’의 낮춤말 △시부모가 아들에게 아내인 며느리를 이르는 말 △손자나 손녀에게 그들의 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돼있다. 게다가 온라인상에서는 상대방을 비하하는 비속어로 쓰이기도 한다.

손윗사람이 어린 사람을 부르는 말일 뿐만 아니라 비속어로 쓰이는 ‘애미’가 어떻게 ‘나의 엄마’를 부르는 말이 되는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이에 맘스터치는 이벤트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맘스터치는 공식 SNS를 통해 “일부 단어 사용으로 고객님들께 불편함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 “광고‧마케팅 시, ‘적절한 선’ 중요해”

광고나 마케팅에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돼 논란이 일었던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에는 이마트24가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를 출시했다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련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발주 중단 조치를 취했던 적도 있다. 최근의 주식시장 침체 상황을 재밌게 풍자한 표현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누군가의 불행을 마케팅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크게 일었다. 

광고‧마케팅에 재미를 위해 비속어를 사용했다가 논란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앞서 여기어때는 ‘존, 나 방 싸게 잡았어’라는 광고 문구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여기어때의 광고 영상은 외국인 존(John)에게 ‘나 방 싸게 잡았어’라고 말을 건네는 콘셉트로 욕설이 연상되게끔 만들어졌다.

또한 LG생활건강은 시바견을 모델로 한 칫솔‧치약 광고에서 ‘이 닦고 잠이나 자라 시바’ 등의 문구를 사용해 뒷말을 낳았고, bhc는 롯데시네마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자사 사이드 메뉴를 소개하는 홍보용 포스터에 ‘X맛탱’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 외에도 웅진식품에서 ‘사장껌’ ‘부장껌’ 등의 이름으로 출시했던 간식 제품은 직장 상사에 대한 혐오가 포함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과도한 표현 지양할 것“… 자칫하면 브랜드 이미지 하락 역풍

제24대 한국광고학회장을 역임했던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보통 광고는 주목을 끌어 흥미를 느끼게 한 후,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를 갖게 해 브랜드를 기억시키는 과정으로 효과를 낸다”며 “그렇다고 비속어 등을 사용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주목을 끌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최근의 이런 흐름이 생긴 이유에 대해 “지금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있어서 굉장히 창의적으로 만들어야만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비속어 등을 통해 마치 어뷰징처럼 우선 주목을 끌고 보자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광고카피 등에 대해 방송광고 자율규제 혹은 신문윤리위원회 자율규제 등을 통해 사후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병희 교수는 광고가 국민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올바른 표현 사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어린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부모님한테 배우는 것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TV 등의 광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카피라는 것이 길지 않고 짤막짤막하게 나오기 때문에 (쉽게 기억돼) 어린이들을 비롯한 국민 언어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