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용 분리막 개발·생산업체 WCP가 오는 14일부터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2차 전지용 분리막 개발·생산업체 WCP가 오는 14일부터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는 2차 전지용 소재 개발·생산업체 WCP가 상장 과정에서 중대 절차 중 하나인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얼어붙은 IPO 시장에서 ‘거품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각광받는 2차 전지 관련 업체가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주목된다.

◇ IPO 시장 한파… ‘2차 전지’로 녹일까

2016년 설립된 2차 전지용 분리막 개발·생산업체인 WCP는 지난 7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한 차례 일정 조정을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반기 실적을 반영했으며,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상장 흥행 여부 뿐 아니라, 지속 추진 여부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절차다.

이 같은 WCP는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되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900만 주를 공모할 예정인 가운데, 희망공모가액으로 8만원~10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공모금액 규모는 7,200억원~9,000억원, 시가총액 범위는 2조7,200억원~3조4,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IPO 시장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투자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IPO 시장엔 찬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를 철회 또는 연기했다. 상장을 강행한 쏘카의 경우 공모규모와 기업가치가 당초 기대 및 계획보다 감소했을 뿐 아니라 흥행에도 실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런 가운데,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피하지 못하는 ‘거품 논란’도 어김없이 제기되고 있다. IPO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공모규모 및 기업가치가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18.4%에 달하는 구주매출 비중 역시 최근 시장 흐름을 거스르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WCP의 상장 흥행에 대한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열악한 IPO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2차 전지 관련 업체라는 점에서 흥행을 향한 기대감 역시 만만치 않다. 2차 전지 관련 업계는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 등에 힘입어 주식시장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또 다른 2차 전지 관련 업체 새빗켐과 대성하이텍은 나란히 흥행에 성공했다.

WCP는 2차 전지 분리막 업계에서 SK그룹 계열사인 SKIET에 이어 2위의 입지를 자랑하며, 사실상 국내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당초 적자 실적 속에 기술력을 앞세워 상장을 추진했으나,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2차 전지 관련 업계를 향한 성장 전망 및 기대와의 연결고리가 더욱 뚜렷한 셈이다.

WCP의 상장 흥행 여부는 올해 남은 기간 IPO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WCP 이후 상장을 예정 중인 기업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WCP는 오는 14~15일 이틀에 걸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오는 19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20~21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상장 추진을 철회하거나 공모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다.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코스닥 시장 5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될 WCP가 ‘2차 전지 관련주=흥행 보증수표’라는 공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