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사태‧칩4 동맹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총수 역할 필요
이재용 부회장, 복권 이후 국내사업장 점검‧멕시코 첫 해외출장 등 광폭행보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좌)의 연내 회장 취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좌)의 연내 회장 취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국내 삼성 계열 사업장 방문 및 해외 출장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나 ‘5년간 취업제한’을 적용받게 돼 한동안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복권 이후 그동안 족쇄였던 ‘5년간 취업제한’이 사라지면서 경영활동 전면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자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빠른 시일 내 회장직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는 이르면 올해 연말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이재용 부회장, 복권 이후 국내사업장 방문, 멕시코 출장 등 광폭 행보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 이후 국내 사업장 방문, 청년 인재 채용, 해외출장 등 쉴새 없이 강행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기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센터 기공식에 참석해 첫 경영 활동을 시작한 이재용 부회장은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같은달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사업 전반을 점검했다.

뒤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를 찾아 MZ세대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데 이어 8월 30일에는 이례적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 삼성SDS 캠퍼스를 처음 방문해 워킹맘 등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달 초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 강조한 ‘기업의 투자‧고용창출 역할’도 실행에 옮겼다.

지난 6일 삼성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등 모두 20곳이다.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올해부터 채용 규모를 더욱 늘려 향후 5년 간 총 8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멕시코 출장길에 오른 그는 부산엑스포 유치 및 해외 사업장 점검 등 글로벌 경영활동에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 8일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집무실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은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EXPO, 세계박람회) 지지를 요청했다. 

또한 같은날 삼성전자가 과거 인수한 전장 기업 하만 공장을 찾아 사업현황을 보고 받았다.

다음날인 9일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을 방문해 로비에 전시된 세탁기‧냉장고 제품을 살펴보며 제품에 대한 현지 반응 및 판매 현황 등을 점검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케레타로 공장에서 근무하는 멕시코 현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특히 워킹맘들로부터 고충을 듣고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10일에는 멕시코 남동부에 위치한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사업 전반을 살펴봤다. 삼성에 따르면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은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멕시코에 동반 진출한 대영전자, 현대그린푸드 등 협력사를 찾아 해당 업체 직원들을 격려 했다. 

지난 10일 멕시코 도스보스카스 정유공장 건설현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지난 10일 멕시코 도스보스카스 정유공장 건설현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가운데) /삼성전자

◇ 이재용 부회장 회장 취임 시점은 11월 1일? 12월 1일?

재계는 올해 12월을 전후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오는 11월 1일과 12월 1일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11월 1일은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다. 12월 1일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한 지 35년째인 날이다. 

재계는 그동안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온 이재용 부회장이 이제는 회장에 취임해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가격 급등, 러시아의 대(對) 유럽 에너지 제재에 따른 에너지 불안,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금리인상, 고환율, 미국의 ‘칩(Chip)4’ 동맹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시급히 대응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도 필연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현재 이를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 삼성전자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로우소달리 오 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세계최대자산운용사 블랙록, 세계 2위 금광회사 베릭골드, 투자자문업체 ISS 등에서 임원으로 근무한 오 다니엘 부사장은 20년 동안 지배구조 개편 등을 맡았던 전문가다.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은 올 상반기 중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핵심회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뒤 결과를 보고 받았다.

재계는 삼성이 오 다니엘 부사장 총괄 아래 물밑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아왔으나 정식 경영 승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고사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후 국정농단 관련 재판 등으로 인해 경영 승계는 더욱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8·15 특사로 이재용 부회장이 복권되면서 경영 승계의 길이 열린 상태”라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올해 안에 경영 승계가 이뤄져야 이후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경영 투명성 제고 강화, 지배구조 개편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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