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회사를 인수한 지 5년 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에이블씨엔씨가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인정받을 지는 미지수다. 

◇ 1세대 로드숍 미샤, 결국 매물로 나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최근 에이블씨엔씨를 매각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보유 중인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대주주의 매각 검토 사실을 인정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최대주주의 지분매각 추진 보도와 관련해 “최대주주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지분 매각 및 투자 유치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에이블씨엔씨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5년 만이다. IMM PE는 지난 2017년 회사 창립자인 서영필 전 회장의 보유 지분 25.5%를 1,882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총 3,900억원을 투입, 현재의 지분을 확보했다. 

2000년 설립된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 어퓨 등을 운영하는 업체다. 이 중 ‘미샤’는 국내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로 유명하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를 앞세워 2010년대 초반까지 화장품 로드숍 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곳이다. 하지만 2012년 매출 4,522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 속에서 회사의 대주주는 2017년 창업자에서 사모펀드로 변경됐다. 

문제는 대주주 교체 후에도 상황은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이른바 ‘사드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한류 제한령) 제재를 가하면서 ‘K-뷰티’로 각광을 받던 국내 브랜드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미샤도 그 중 하나였다. 여기에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스토어를 중심으로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면서 화장품 로드숍들의 설 자리까지 좁아졌다.

결국 에이블씨엔씨는 대주주 변경 이듬해인 2018년 별도기준으로 17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190억원에 달했다. 

◇ 수년째 실적 부진으로 허덕… IMM PE, 투자금 회수 성공할까

이후 2019년엔 고강도 체질 개선을 거쳐 반짝 흑자전환(연결기준)에 성공했지만 실적 회복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가 시장을 덮쳤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연결기준으로 2020년 68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엔 22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별도기준 지난해 영업적자는 1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629억원으로 2019년(4,223억원) 대비 37% 줄었다. 별도기준 매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에이블씨엔씨는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를 이어왔다. 잇단 CEO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한편,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 사업구조 재편, 온라인 채널 강화, 신사업 진출, 해외 시장 공략 등을 꾀했다. 지난해 6월엔 대주주 측 인사인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집중한 에이블씨엔씨는 올 상반기엔 흑자 실적을 시현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연결기준으로 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주주인 IMM PE는 어느 정도 실적 회복세가 감지되자 매각을 통해 엑시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사모펀드는 회사 경영권 인수 후 3~5년 내에 엑시트 행보에 나선다. 올해는 IMM PE가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지 5년째 되는 해다.

다만 IMM PE가 M&A 시장에서 성공적인 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상반기 흑자실적을 냈다고 하지만 에이블씨엔씨는 수년째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해 왔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지를 놓고도 우려의 시선이 이어져왔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에선 IMM PE가 투자 원금 회수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선 매각이 성사되기 위해선 적정 가치 산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에이블씨엔씨가 5년 만에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에이블씨엔씨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답변(미확정)’ 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9월 16일
- 에이블씨엔씨 반기·분기·사업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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