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종료를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밝혔다. /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종료를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주 행동주의에 부딪혀 곤욕을 치렀던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끝내 ‘백기’를 들었다. 숱한 논란에도 꿋꿋이 이어져왔던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의 계약에 마침표가 찍힐 전망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SM엔터테인먼트가 투명하고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SM엔터 “라이크기획과 계약 조기종료 검토”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5일, 라이크기획과 맺은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에 종료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라이크기획 측으로부터 조기 계약종료 의사를 수령해 이를 검토 중이며, 확정되면 지체 없이 공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테인먼트의 창업주이자 한류문화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설립해 운영 중인 개인회사다. SM엔터테인먼트가 1995년, 라이크기획은 1997년에 설립됐다. 라이크기획은 이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와 프로듀싱 용역 계약을 맺고 대가를 지불받아왔다. 그 규모는 SM엔터테인먼트 연간 영업이익의 20~30% 수준으로, 수백억원대에 달했다.

이 같은 거래방식은 주요 경쟁 엔터테인먼트사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창업주인 유명 프로듀서가 임원으로 재직하며 급여를 받았고, 별도의 개인회사를 통해 계약을 맺진 않았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본격 떠오른 것은 2018년부터다.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의 계약을 두고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계약이 적법·적정하며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인 2019년엔 행동주의펀드 차원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등 주주가치 실현을 외면해온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겐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반발이 본격화한 것이다. 

당시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KB자산운용 측은 SM엔터테인먼트에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 측은 거절의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은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정도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주주행동주의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상 첫 배당을 추진하고 나서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으나, 새롭게 공세에 나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라이크기획과의 거래 문제 해소를 거듭 촉구하며 감사 후보를 추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에 맞선 SM엔터테인먼트는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닌 정관 변경을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등 더욱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엔 이전과 같은 꼿꼿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주주들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무릎을 꿇었다. 정관 변경 추진을 전격 철회했고, 회사 차원에서 추천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들은 사퇴했으며, 라이크기획과의 거래 문제와 주주가치 제고 등을 개선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다만,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다소 더뎠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반기에도 라이크기획에 114억원을 지급하며 거래를 지속했고, 구체적인 계획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는 두 차례에 걸쳐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SM엔터테인먼트에 채찍을 가한 바 있다. 라이크기획과의 조기 계약종료를 검토 중이라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공시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 끝에 나온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 같은 행보에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우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이번 결정이 SM엔터테인먼트가 빠른 발전을 통해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탄탄한 시스템과 기반을 갖춰온 가운데, 기존 총괄 프로듀서 1인에 의존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향후에도 오랜 기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재능 있는 후배 프로듀서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결단일 것으로 보고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K-POP 산업을 사실상 만들어낸 혁신 기업가이자 뛰어난 프로듀서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1인 체제에서 멀티 프로듀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나, 이는 회사의 지속가능한 장기 성장을 위해 언젠가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충실한 후속 논의와 계획 수립을 통해 이 중요한 과제를 원만히 이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종료와 관련된 후속 논의와 이사회 결의를 포함한 확정 공시를 늦어도 오는 30일까지 마무리해줄 것을 SM엔터테인먼트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도 즉각 반응이 포착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악재를 해소하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 이어졌으며, 실제 주가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와 환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론 이 같은 변화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종료를 계기로 SM엔터테인먼트의 근본적인 개선에 속도가 붙게 될지도 지켜봐야할 문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공시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오자 추가적인 입장 발표를 통해 “이미 수년 전부터 계약의 조기종료를 요청을 해온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게 데뷔팀들과 앞으로 데뷔할 팀들의 철저한 준비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해당 그룹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만 이라도 함께 해주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고 밝히는 등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SM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평가 및 입장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의 거래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이유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능력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 아니라, 그 방식의 적정성 여부 때문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해당 사안에 대한 문제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는지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다.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가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행동주의를 앞세운 주주들과의 갈등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에스엠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 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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