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로 돌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류승룡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로 돌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류승룡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로 돌아왔다. 생애 첫 뮤지컬영화에 도전한 그는 남다른 가창 실력은 물론, 특유의 유쾌한 매력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신의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 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데뷔작 ‘스플릿’으로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한국영화 최초 IMF 외환위기를 소재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가 각본을 맡은 한국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에 이어 ‘극한직업’까지 무려 네 편의 ‘천만’ 영화를 빛낸 류승룡은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 나선 남편 진봉으로 분해 또 한 번 존재감을 과시한다. 

진봉은 겉은 딱딱하고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아내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함께 여정을 떠나는 따뜻한 인물이다. 류승룡은 특유의 코미디 연기부터 희로애락을 다 담아낸 감정 열연, 가창과 안무까지 폭넓게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류승룡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인생은 아름다워’를 택한 이유부터 촬영 과정, 2년 만에 개봉하는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첫 뮤지컬영화에 도전한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첫 뮤지컬영화에 도전한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미뤄지다,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됐다.
“알 수 없는 인생이다. 계획은 세우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전전긍긍하고 안달복달했는데 지금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힘든 시기를 맞고 이겨내고 극복하면서 일상의 소중함, 감사함을 느끼게 됐잖나. 우리 영화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선물 같은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이야기한다.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지점에 대해 공감의 폭이 넓어진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나리오를 받고 어땠나. 어떤 점에 끌려 택하게 됐는지.   
“처음에는 ‘뮤지컬인데 왜 나한테 왔지?’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괜찮고 신선했다. 7080 음악과 이야기인데 신선하게 다가오는 게 참 신기했다. 현재 진봉만 (연기)하는 줄 알았는데, 과거 군입대 시절부터 내가 해야 한다고 하더라. 갑자기 의욕이 상승했다.(웃음) 나도 모르게 춤추고 노래를 하고 있더라. 배세영 작가와 ‘극한직업’ 때 이미 합을 맞춰서 나를 두고 쓴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공감했다. 좋은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이미 친숙한 대중음악이 노래로서만이 아니라 대사로서 기능을 하는 부분도 굉장히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노래방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없잖나. 서툴지만 자신 있게 마음껏 부르는 민족들이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런 면에서 할 수 있겠다 싶어 도전하게 됐다.”

-극 후반부에 풀리긴 하지만, 초반부 진봉은 정말 얄미운 남편이었다. 
“나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철저한 인물 분석과 고민을 해야만 나오는 연기였다.(웃음) 나도 전반부에 너무 센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영화에 갈등이나 빌런이 없으면 심심하잖나. 그런 지점을 진봉뿐 아니라 아들과 딸이 해주고 있고, 그런 갈등이 해소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욕도 하다가 결국엔 상쇄가 되는 지점을 잘 배치해놓은 것 같다. 같이 흥얼거리고 웃고 울기도 하고 감동도 받고 뜨거워지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진봉으로 분한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진봉으로 분한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얄미운 모습과 숨겨진 진봉의 진심까지 동시에 표현해야 했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괴팍스러움과 빌런으로서의 갈등 유발을 하면서 나중에는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고 상쇄되는 지점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고 내게 가장 큰 미션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재밌었다. 힘들긴 하지만 보람도 있고. 배우는 감정을 세공하는 세공사라고 생각한다. 여러 감정을 그 챕터에서 상황에 맞게 잘 꺼내는 감정의 조율사. 그래서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실제 남편이기도, 아빠이기도 해서 진봉의 감정에 깊이 공감했을 것 같다.
“성숙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아내가 만약에 없다고 생각하니 이 세상이 너무 공허하고 무섭더라. 우리가 늘 있을 때 잘하라고 하잖나. 옆에 있는 사람, 가족에게 잘하라고. 그런데 우리는 남들한테 잘하고 가족에게 못한다. 그런 교훈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계기가 됐다.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다. 전화도 자주 드린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은 게으름이다. 나중에 후회로 남을 거다. 이 영화를 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성실하게 하게 됐다.”

-가창을 하며 연기도 해야 했다. 어렵진 않았나.    
“춤도 춰야 하고 입도 벌려야 하잖나. 어떤 톤이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져서 어려웠다. 그것 때문에 가녹음 시간도 오래 걸렸다. 또 나는 음역대가 완전히 저음인데 여성인 염정아 씨와 함께 부르려면 내가 어쩔 수 없이 톤을 높여야 했다. 하이톤으로 불러야 하는 지점들이 쉽지 않았다. 녹음도 총 세 번 했다. 한 음 한 음 정교하게 후시녹음을 했다. 음반 내는 줄 알았다.”

춤과 노래까지 폭넓게 소화한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춤과 노래까지 폭넓게 소화한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준비 과정은. 
“노래는 1년 정도 보컬 레슨을 받았다. 성악 발성도 아니고 뮤지컬 창법도 아니고 가요처럼 잘 부르는 게 아니라 대사에 화성학을 얹는 거잖나. 감정을 얹는 거라서 고민이 많았다. 처음 가녹음할 때부터 13개월이 걸린 것 같다. 춤은 뭐 계속 연습했다. 체육관이고 연습실이고 가서 6개월 정도 한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비결이 있다면. 
“전날부터 생각하거나 계획하진 않는다.(웃음) 그냥 선물처럼 온다. 그 순간에 이걸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염정아 씨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현장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엔 당황하더라. 대본에 없는 것을 하니까. 하하. 나도 (염정아에게) 놀랐다. 특히 송별회 잔치할 때 대사 하나 안 틀리더라. 엄청났다.”

-류승룡표 코미디는 왜 실패가 없을까. 
“감사하다. 인생에서 우리가 웃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울면서 태어났고. 건강한 웃음을 지향한다. 휘발되는 일회성 말고, 웃기만 하다 끝나는 거 말고, 웃으면서도 끝에는 뭔가 남아있는 것들을 지향하다보니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땅에 발을 딛고 있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것들에 자꾸 손이 가고 마음이 간다. 특별히 코미디를 잘 하고 싶고 웃겨야 한다는 마음보다 그런 이야기들에 자꾸 마음이 가는 것 같다.”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류승룡(왼쪽)과 염정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류승룡(왼쪽)과 염정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염정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10년 뒤 책으로 쓰려고 한다. ‘염정아, 그녀는 누구인가’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다. 정말 훌륭한 배우이고 아내이자 엄마다. 대본을 120% 이상 소화하는 것은 앞서 말했고, 본인의 얼굴이 잡히지 않은 장면에서도 진심을 다해 울어줬다. 엄청난 경험이었다. 이런 배우가 있다니. 처음 만났을 때는 내겐 약간 연예인이었다. 20대 때 이미 그분은 미스코리아에 많은 활동을 하고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었다. 30년 뒤 이렇게 부부로 만날 줄은 몰랐다. 그 마음을 허물 수 있게 배려해주고 편하게 해줬다. 그 덕에 정말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진봉이 편지를 읽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촬영할 때 배우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함께 울었다고. 
“영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다. ‘뜨거운 안녕’에 참여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4박5일 동안 촬영하면서 함께 춤을 추고 너 나 할 것 없이 다 울었다.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작업이었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 한 챕터였던 것 같다. 끝날 때 시원섭섭하잖나. 그런데 우리 작품은 끝나가는 거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장르의 매력을 느낀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뮤지컬도 번안극이고 그래서 이질감이 있었는데, 클래식 뮤지컬이 너무 좋더라. 정극 대사를 표현할 때 음악으로 극대화하는 게 뮤지컬이잖나. 물론 노래가 빠져도 대사만으로도 훌륭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노래가 들어가고 안무가 더해지면서 요리로 치면 물 조절, 불 조절이 잘 돼서 알맞은 음식이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솔로예찬’도 그렇고 ‘거짓말’도 그렇고, 그걸 정극으로 어떻게 표현하겠나. 하현상이 ‘거짓말’을 담백하게 툭툭 부르는데 미치겠더라. 그게 묘미인 것 같다.”

-아들 역을 맡은 하현상이 정말 잘하더라. 
“그는 가수인가 배우인가. 오랜만에 MSG 하나 없는 진짜 정직한 연기를 봤고 깜짝 놀랐다. 하현상이 ‘거짓말’을 부를 때 가슴이 뜨거워졌다. 어디 이상이 생긴 것처럼 뜨거워져서 너무 힘들더라. 칭찬을 엄청 많이 했다. 아직 본인은 스스로가 잘 하는지 체감을 못하는 것 같다. 개봉하고 나면 아주 반응이 좋을 거다.” 

-영화의 제목,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떻게 다가왔나.  
“누군가는 그 뒤에 느낌표를 찍을 수 있겠고, 물음표가 있는 삶을 살 수도 있다. 여지를 남겨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내겐 느낌표다. 영화에 ‘땅 끝에 오면 끝인 줄 알았는데 저 너머에 보길도가 있네. 사는 것도 끝인 줄 알았는데 그 끝에 보길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세연의 대사가 있다. 그 말이 굉장히 많이 와닿았다. 누구나 유한한 삶에서 끝이라는 것을 맞이하게 되잖나. 일부러 생각하지 않고 외면하고 살아가는데,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인 것 같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보면 더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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