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시장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WCP가 상장 흥행에 실패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하반기 IPO시장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WCP가 상장 흥행에 실패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던 중견 2차전지용 소재 개발·생산업체 WCP가 결국 흥행에 참패하며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 ‘2차전지 관련주=흥행 보증수표’라는 공식이 더욱 열악해진 시장 여건과 고평가 논란을 끝내 넘지 못한 모습이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대한 우려 또한 피하기 어려워진 만큼, WCP의 무거운 발걸음이 예상된다.

◇ ‘2차전지=흥행 보증수표’ 공식 깨져… 상장 후 행보 ‘주목’

WCP는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을 개발·생산하는 곳으로, 이 부문 국내 업계 2위의 입지를 자랑한다. 업계 1위인 SKIET와 사실상 국내시장을 양분하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WCP는 지난 7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했으며, 하반기 IPO시장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당초 계획했던 상장 규모는 상당히 컸다. 900만 주를 공모하면서 희망공모가액으로 8만원~10만원을 제시했고, 이에 따른 공모금액 규모는 7,200억원~9,000억원, 시가총액 범위는 2조7,200억원~3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단숨에 코스닥시장 5위권에 안착할 수 있는 규모였다.

물론 우려도 없지 않았다. 먼저, 꽁꽁 얼어붙은 시장 여건이 최대 변수로 지목됐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여러 요인들이 겹치면서 투자시장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상장을 계획·추진했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를 철회 또는 연기했고, 상장을 강행한 일부 기업은 흥행에 참패하는 쓴맛을 봤다. 또한 공모규모와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는 고평가 지적과 18.4%에 달하는 구주매출 비중도 우려를 키웠다.

다만, WCP가 2차전지 관련 핵심기업이라는 점은 상장 흥행을 향한 기대감을 내려놓지 않게 했다. 앞서 상장한 2차전지 기업들은 열악한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WCP의 상장은 흥행에 참패했다. 수요예측 결과부터 실망스러웠다. 경쟁률은 33.28대1에 그쳤고, 전체 수량의 60%는 희망공모가 최하단보다 낮은 금액을 써냈다.

이에 WCP 측은 계획을 대폭 수정해 상장을 강행하고 나섰다. 공모가는 희망공모가보다 낮은 6만원으로 확정했고, 공모주식 수도 900만 주에서 720만 주로 20% 줄였다. 특히 18.4%(165만9,656주)의 비중을 차지했던 구주매출이 2.4%(17만2,836주)로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공모금액 역시 4,320억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최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고, 시가총액 규모도 2조218억원에 그치게 됐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21일 진행된 일반청약의 경쟁률은 7.25대1로 초라한 수준을 면치 못했다.

이로써 WCP는 새빗켐과 대성하이텍의 뒤를 이어 ‘2차전지 관련주=흥행 보증수표’ 공식을 지키는데 실패했다. 그보단 앞서 흥행에 참패한 쏘카와 닮은 결과를 남기게 됐다. 쏘카 역시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로 공모규모를 줄였으나 일반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아울러 새롭게 내딛게 될 상장사로서의 행보를 향한 우려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상장 과정에서부터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낸 만큼, 상장 이후 주가흐름을 향한 시선에도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또 한 차례 금리를 크게 인상한 점, 동종업계 1위 SKIET가 뚜렷한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 등은 이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한편, 상장을 위한 중대 절차를 마친 WCP는 오는 30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상장 과정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 WCP가 상장사로서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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