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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감사원이 22일 '청부 감사' '표적 감사' 논란을 두고 맞붙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의 행보를 전 정부를 겨냥한 표적 감사로 규정하며 정부‧여당의 수하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오전 “감사원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어제 예결위 결산소위 안건심사 종료 후 국민의힘 이철규 소위원장이 느닷없이 감사원에서 5건에 대한 감사요구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5건의 감사 요구는 예결위 소위 논의에서 감사 요청이 없었던 항목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짜고 치는 청부감사다. 또 다시 전 정부를 향한 표적 감사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다섯 가지 감사요구 목록은 △도시재생뉴딜 △어업보상권제도 △국가에너지 정책 △당인리 창작발전소 사업 △문화예술진흥기금 관련으로 모두 전 정부의 치적 사업이다.

오 대변인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더니 점입가경”이라며 “표적감사, 정치감사도 모자라 국민의힘을 동원한 청부감사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국민의힘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목적의 감사를 막고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감사원법 개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청부감사를 요구했다’거나 ‘정치적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니 향후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해 주길 바란다”며 “예결위 결산소위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결산소위 심의자료 중 국회에서 강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해당 부처에서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5가지 사항들에 대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감사 요구를 할 만한 예시 목록을 결산소위 위원장에게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감사요구와 관련해 감사가 가능하며 소위에서 논의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 예시 목록을 결산소위 위원장에게 알려준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권익위에 들이닥쳐 특정감사에 돌입했다"며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전현희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감사기간을 두 번이나 연장하면서 무려 7주간에 걸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번 감사원의 감사 요청이 전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기자회견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민주당이 더욱 분노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으로부터 2차례나 연장된 실지(현장) 감사를 받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전 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이 표적인 위원장 주위를 캐며 직원들만 괴롭히고 압박하면서 정작 표적(전 위원장)에 대해 조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은 더 이상 직원들을 괴롭히지 말고, 이번 감사의 표적인 저를 직접 조사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감사원이 권익위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감사 내용도 공개했다. △위원장의 모 유력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오찬 1건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의 이해충돌 유권해석 문제 △위원장 근태 △위원장 관사 관련 비용 △위원장 행사 한복 관련 건 등이다.

이는 감사원이 앞서 “감사를 연장한 주요 사유는 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 등 주무 부처인데도 핵심 보직자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해당 법을 위반해 권익위의 주요 기능을 훼손했다는 복수의 제보가 있었다”고 공지한 것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망신주기식으로 내용 누설을 해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감사원법 개정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암초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감사원법 개정을 저지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의 답변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헌재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답변서에 따르면, 헌재는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 하에 두도록 한 헌법 제97조를 들어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하에 두도록 한 헌법 규정(제97조)에 비춰 볼 때 대통령의 임용권을 삭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신정훈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60명이 발의한 ‘감사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감사원의 핵심적 기능은 행정부 활동을 감시하는 일이므로 대통령으로부터 인사가 독립될 수 있도록 감사원 공무원 임면권자를 대통령에서 감사원장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것이 위헌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또한 감사원이 특별감찰을 하려고 할 때에는 감찰계획서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얻도록 하고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의 신설에 대해서도 헌재는 “감사원의 과도한 권한 남용과 정치적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헌법 체계를 파괴하고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모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헌재의 의견과 판결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며 “이번에 공개된 의견이 정론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감사원의 행태를 보면 판결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제동이 필요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감사원”이라고 당론 철회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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