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형국이다. 대통령실의 해명대로라면 사실상 ′민주당′을 겨냥한 것인 만큼 정국 경색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형국이다. 대통령실의 해명대로라면 사실상 ′민주당′을 겨냥한 것인 만큼 정국 경색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논란’ 진화에 부심이다.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해당 발언이 미국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번 논란이 자칫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 적극 차단하겠다는 심산이지만 당장 불똥이 국회로 튀면서 편치만은 않은 모습이다.

23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제 귀가 나쁜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여러 번 들어봐도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22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해당 논란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의 섣부른 해명이 자칫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 측 입장’을 들어보겠다던 국민의힘의 자세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오면서 적극적으로 변했다. 해당 발언이 미국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보조’를 맞춘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일단 저희로서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해명으로 논란은 일단락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에서 일부 언론과 민주당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명확한 사실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과거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욕설을 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실언’을 옹호하는 주장도 나왔다. ‘사적 대화’로서 문제로 삼을 만한 일이 아니란 취지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기자단 메시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사적 대화도 아니고 정식 기자회견 도중 터져 나온 욕설이지만 큰 파문 없이 해프닝으로 지나갔다”며 “야당과 언론도 그 정도로 족한 줄 알고 이만 멈추는 게 국익을 위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적극적인 방어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장 대통령실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데다가, 해명이 맞다고 하더라도 당장 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혹을 떼려다 혹을 더 붙인 것”이라며 “설사 해명이 맞다고 해도 야당과 전면적으로 전면전을 하겠다는 이야기일 뿐인데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통령실 해명에 민주당 ‘발끈’

민주당은 즉각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려 15시간 만에 내놓은 것이 진실과 사과의 고백이 아닌 ‘거짓 해명’이었다”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민주당의 169명의 국회의원은 정년 이XX들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해명이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당장 윤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김은혜 홍보수석에 대한 경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상 이번 사안이 외교적 참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외교 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이은 ‘논란’으로 인해 순방이 국정 지지율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부터 2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28%, ‘부정 평가’는 6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전주 대비 4%p 떨어진 34%에 머물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과의 협치를 공언한 국민의힘의 약속도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당장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이 ‘민주당 때리기’에 나서면서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굴욕’이라고 표현한 이재명 대표는 ‘직격’의 대상이 됐다. 권성동 의원은 “타인의 비속어에는 굴욕과 자존감을 운운하면서 자신의 패륜적 욕설은 비판하지 말라고 부탁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러한 해명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못하고 언급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만약 그 용어가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어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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