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건만 대국민 사과는 끝내 없었다”며 “논란이 된 발언을 솔직히 해명하고 국민께 사과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일갈했습니다.

심지어 “정녕 국민이 두렵지 않냐.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겹겹이 거짓말로 불신이라는 감당 못 할 빚을 국민께 안겼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나서서 국민의 청력을 시험하며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Q. 왜 이런 발언이 나왔을까요?

A.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서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국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란에 불을 당겼습니다.

Q. 정말로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했나요?

A. 처음에 논란이 된 것은 영상의 발언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 팔려서 어떡하나”로 들린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된지 15시간만에 대통령실에서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국회는 우리나라 국회를 지칭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를 겨냥해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하겠다”며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사실 왜곡·흠집내기식 보도’로 규정했습니다. 배현진 의원 등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며 비속어 표현조차 없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26일 오전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진상이라는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겨냥하는 말이 아니었고, 언론의 곡해가 있었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아니라고 하시고,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하시니까 신중하고 명료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펼치고 있지만, 박홍근 원내대표는 “불보듯 뻔하다”며 비속어 발언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설령 미국이 아니라 야당을 겨냥한 비속어라 하더라도 유감이라는 입장입니다.

(위)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아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위)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아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Q. 순방에서 또 다른 문제가 있었나요?

A. 야권이 주장하는 외교참사는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것은 아닙니다. 박 원내대표는 “다른 나라도 조문을 못했다는 변명은 반나절만에 거짓으로 드러났고 흔쾌히 하겠다던 한일정상회담은 온 국민에 굴욕감만 남겼다. 한미간 48초 숏츠 대화는 성과없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만 빚으며 외교와 국내정치 모두를 위협했다. 캐나다 순방마저 섣부른 거짓 투자유치를 인용했다가 번복했다”며 조목조목 꼬집었습니다.

조문 취소 논란은 윤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하기로한 계획이 현지 교통상황 등으로 취소되면서 일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조문을 하는 대신 장례식에 참석한 후 조문록을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을 비롯해서 브라질과 우크라이나 조문 사절단도 모두 교통 통제 조건에서 조문을 했는데, 왜 윤석열 대통령만 조문을 못했냐고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이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식회담을 가졌으나, 이에 대해 일본 측에서는 ‘간담(懇談)’으로 발표하면서 ‘굴욕 회담’ 논란이 일었습니다. 회담 장소도 기시다 총리가 참석했던 회의 장소에 윤 대통령이 찾아가는 형식이었고, 회담장에 국기도 걸려있지 않아 ‘외교 참사’ 논란에 불을 지핀 셈입니다.

한미정상회담 역시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만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등에 관해 논의하는 그림을 바랐지만, 실질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윤 대통령과 서서 48초간 대화한 것으로 마무리 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트뤼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기업 간 광물 자원 분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정상외교 성과를 홍보하는 글에서 실수가 생기면서 성과가 희석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SNS에는 23일(현지시각) “캐나다의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AMAT는 용인에 대규모 R&D센터 투자를 결정했다”고 썼다가 “대한민국과 캐나다 기업 간의 핵심 광물 협력 MOU를 체결했다”로 수정했습니다.

AMAT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인 기업이기는 하지만, 본사는 미국 법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 R&D센터 건립 계획 역시 지난 7월부터 공식화하고 경기도와 MOU까지 체결해 ‘신규 유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순방성과 부풀리기 중 발생한 문제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Q.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뭔가요?

A.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실수한 부분에 대한 인정과 대국민 사과, 그리고 책임자 문책을 바라고 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번 순방에 총 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김성환 국가안보실장, 김태호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해당 책임자들이 순방 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외교 참사가 벌어졌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용기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같은날 오전 긴급 입장문을 통해 “보도가 문제냐, 거친 언사를 한 대통령이 문제냐”고 반문하며 “사건 경과까지 왜곡하며 대통령을 무턱대고 비호하는 국민의힘은 매우 유감스럽다. 본말이 뒤집힌 황당한 ‘지록위마’다. 진솔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Q. 대통령이 아무 조치하지 않을 때 민주당의 계획이 있나요?

A.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늘(26일)까지 시한을 줬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외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내일(27일)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했습니다.

해임 건의안 발의 계획에 이재명 당 대표가 신중론을 펼쳤음에도 박홍근 원내대표가 “장관 해임 건의안 문제는 대통령의 비속어 표현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이번 순방의 전반적 무능과 굴욕, 빈손, 거짓 등이 겹겹이 쌓여있다”고 말해 27일 해임 건의안 발의는 취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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