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이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풍산이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풍산의 물적분할을 추진에 맞서 반발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물적분할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관계당국 및 정치권에서 제도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풍산이 무사히 분사를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왜 하필 지금? 풍산 물적분할 향한 물음표

풍산이 물적분할을 결정하고 공시한 것은 지난 7일이다. 방산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가칭 풍산디펜스를 설립하고, 존속하는 풍산은 신동사업(구리 가공 등)만 영위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풍산은 다음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예정된 분할기일은 12월 1일이다.

이 같은 분사 추진에 대해 풍산 측은 각 사업부문별 전문성 강화 및 경쟁력 제고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이전부터 각 사업부문의 효율성 및 책임경영 강화 필요성을 인지해왔으며, 물적분할을 통한 독립적인 경영구조로 1사 2사업부 체제의 한계를 타개해 중장기적 기업가치 증대 및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즉각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소액주주들이 분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물적분할이란 분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물적분할을 단행한 여러 기업들이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과 다르지 않다. 풍산 소액주주들은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로 인해 방산부문에 대한 직접투자 기회를 강탈당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물적분할 이후 풍산디펜스가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풍산 측은 정정공시를 통해 제기되는 우려에 대한 내용을 보강했다. 신설 풍산디펜스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명시하는 한편, 정관상 주주 반발을 무시한 채 상장을 강행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풍산 측에 따르면, 풍산디펜스는 정관에 상장 시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이 경우 상장을 위해서는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명분이 부족하고, 시기적으로도 의심쩍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우선, 풍산은 지주사 체제 구축 등의 지배구조 전환 필요성은 물론, 분사 후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 필요성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분사를 추진하고 나선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자 이달 초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지난 4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이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와 상장기준·기업공시서식 개정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물적분할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물적분할 후 5년 이내에 분사한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할 경우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차원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도 살펴보게 된다.

공교롭게도 풍산은 금융위의 이 같은 발표가 있은 지 3일 만에 물적분할 추진을 결정했다. 풍산의 물적분할 추진이 강화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풍산 소액주주연대 측은 “회사에서 밝힌 대로 각 사업부문의 성과 향상을 위한 분사라면 인적분할을 해 기존 주주들이 두 사업을 직접 보유하게 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물적분할을 해서 방산 부문의 이익을 우리 풍산 주주들이 한 다리 건너 보유하게 떼어놓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풍산디펜스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향후에라도 K-방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풍산이 추가 투자유치를 위해 풍산디펜스를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대주주 일가만 상장에 의한 수익을 가져갈 것이고, 소액주주들의 주주 가치는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풍산의 물적분할에 반발하는 소액주주들의 행동은 점점 더 본격화하고 있다. 풍산의 물적분할 추진 발표 이후 빠르게 세를 규합한 이들은 지분모으기에 속도를 내는 한편,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의 분사 방안을 주주제안으로 추진하는 등 가능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DB하이텍 소액주주들과 연대하며 국정감사를 통한 문제제기를 추진하기도 했다.

한편, 풍산의 최대주주는 풍산그룹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8.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8.16%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공단이고, 소액주주가 55.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한 지분구조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풍산이 물적분할 계획을 무사히 실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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