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던 분사 검토를 전격 철회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DB하이텍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던 분사 검토를 전격 철회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반도체설계(팹리스) 사업부문의 분사를 검토하고 나섰던 DB하이텍이 물적분할 가능성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거센 우려 및 반발에 결국 이를 철회했다. 물적분할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어떤 파급효과를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 분사 검토 배경에 물적분할 우려 제기… 결국 ‘철회’

DB하이텍이 분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은 지난 7월이다.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분사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대한 조회공시요구 답변에서 DB하이텍은 “시스템 반도체시장에서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사 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방법 및 시기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에는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 외 시스템반도체 업 특성 상 고객과의 이해관계 상충이슈 해결을 위해 신중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추가했다.

그런데 지난 26일, DB하이텍은 분사 검토를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분사 검토 발표 이후 제기된 소액주주들의 우려 및 반발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분사 검토 발표 이후 세를 규합해 집단행동에 나섰으며, 지난달 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DB하이텍 경영진을 증인으로 불러 해당 사안을 다뤄달라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이 분사를 검토하고 나선 배경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한편, 향후 전망이 밝은 팹리스 사업부문도 영위 중이다. 그런데 고객사의 기밀 유출 우려로 인해 두 사업을 하나의 울타리에서 운영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한 것은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조치에 근간을 두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DB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됐다고 DB그룹에 통보했다. 공정거래법상 매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가 되는데, DB가 이를 충족한 것이다. 이는 DB하이텍의 주가가 크게 오른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DB는 DB하이텍 지분 12.42%를 보유 중이다.

DB그룹은 이미 DB와 DB손해보험을 두 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를 구축해놓고 있었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은 여러모로 까다로운 숙제가 따라붙는 일이었다.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B는 2년의 유예기간 내에 18%가량의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거나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해소해야 했다. 어떠한 방법이든 DB그룹 입장에선 부담이 큰 숙제였다. 

DB하이텍의 분사 검토를 향한 우려 및 반발은 바로 지점에서 출발했다. DB그룹이 분사 및 신설 자회사 상장을 통해 DB하이텍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 관련 문제를 해소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DB하이텍이 분사 검토를 전격 철회한 것은 최근 주요 화두로 떠오른 물적분할 관련 논란에 휩싸이는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물적분할 논란과 관련해 제도 강화를 단행한 바 있다. 이러한 시점에 물적분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론 DB그룹이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사 검토 발표 이후 DB하이텍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DB가 지주회사 전환 요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6일 DB하이텍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8% 하락한 3만7,75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결과적으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힘을 모아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하게 됐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이 성과를 내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남기게 된 모습이다.

DB하이텍의 이번 결정이 어떤 파장을 남길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근 물적분할 논란에 휩싸인 또 다른 기업으로는 풍산이 있다. 풍산은 지난 7일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분사의 명분이 부족하고 향후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이에 풍산의 소액주주들도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이며, 이들은 앞서 DB하이텍 소액주주들과 연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DB하이텍,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답변(미확정) 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7월 12일 

- DB하이텍,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답변(미확정)’ 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8월 11일

- DB하이텍,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답변(부인)’ 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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