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주간지 <시사IN>은 매년 추석 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국사회 신뢰도 조사’를 하고 있네. 올해도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가기관과 언론 등 여러 분야의 신뢰도를 조사하여 추석 합병호에 발표했더군. 그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는 역대 대통령 신뢰도 중 이 잡지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낮았네. 10점 만점에 3.62점(0~4점 불신, 5점 보통, 6~10점 신뢰)으로 이전까지 가장 낮았던 2016년 8월 말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뢰도 점수 3.91점에도 미치지 못했어.

취임한지 5개월도 채 안 된 대통령에 대한 불신 정도가 6년 전 탄핵 직전의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낮다니 꽤 심각하지 않는가. 탄핵을 당하기는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첫해 신뢰도는 6.59점으로 ‘신뢰’구간에 있었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첫해와 5년 차 신뢰도는 각각 6.67점과 4.59점이었어.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 점수에서 불신 구간에 속하지 않는 세대와 지역 그룹은 70세 이상(5.99점)과 대구·경북(5.39점) 뿐이더군.

『논어』 「안연편」 7장에서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 자공(子貢)의 질문에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국방을 튼튼하게 하면 백성들의 믿음이 생길 것이다”고 대답하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묻지. “부득이 셋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리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국방”이라고 대답하네. 그러자 자공이 또 묻네. “부득이 남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리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대답하네. “식량을 버려야지. 예로부터 죽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재할 수 없거든.”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어느 분야에서든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일세. 신뢰는 특히 대통령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야.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 지지율이 떨어지고, 지지율이 매우 낮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거든. 취임 다섯 달도 되지 않은 대통령의 신뢰도가 레임덕이 시작되는 이전 대통령들의 임기 말 신뢰도보다 더 낮다니… 분명 매우 심각한 위험 신호일세.

그러면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그토록 불신하는 이유는 뭘까? <시사IN>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여섯 가지 쟁점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조사했네. 그것들 중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이슈가 2.43점으로 가장 낮았어. ‘이준석 대표 징계 등 당내 갈등’2.68, ‘장관 대통령실 인사’2.82,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3.32, ‘대통령실 용산 이전’3.42,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3.45로 모든 이슈들이 불신 구간에 속하는 낮은 점수를 받았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했던 일들 대다수가 국민의힘 지지자 일부를 빼고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세.

노자는 『도덕경』 제17장에서 네 종류의 다스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최상의 지도자는 아랫사람들이 다스리는 자가 있다는 것만 감지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백성들을 친애하는 지도자는 차선이며, 백성들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지도자는 그 다음이고, 백성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자는 최악의 지도자라고 말했어. 노자는 어떤 사람이 좋고 나쁜 지도자인지는 그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信) 차이에서 결정된다고 보네. 믿음이 부족한 곳에는 반드시 불신이 있기 마련이라는 거지(信不足焉, 有不信焉). 그러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말을 삼가고 아끼라고(其貴言) 충고하네. 한마디 한마디 귀하게 여기면 말이 적어지지.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은 노자가 말한 네 유형의 지도자 중 어디에 속할까? 각자의 가치 판단에 따라 판단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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