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시작했다. 이를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취재진이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통령이 들어오면 현안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질답을 나누는 형태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담이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침마다 취재진 앞에 선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기사를 읽다보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또 대통령이 아침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더불어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어떤 게 옳고 그른지 국민들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박 장관 역시 “제 거취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스스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에둘러 밝혔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이 경색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취재진의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강행할 예정인데, 이를 거부하면 여야 협치가 멀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서 전세계로 동분서주 하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돼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해임건의안은 실질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헌법에 명시된 입법부의 권한이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민주당, ‘외교 참사’ 책임 묻는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째서 임명된 지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박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이 ‘외교참사’를 낳았기 때문에 이 책임은 순방을 준비한 박 장관 해임으로 물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영국에선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하지 못하고, 장례 미사 참석 후 조문록만 작성해 ‘조문 없는 조문 논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미국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식회담을 가졌지만 국기도 걸려 있지 않은 회담장에 윤 대통령이 찾아갔고, 일본 측에서는 간담(懇談)으로 발표하는 등 ‘굴욕 회담’이란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순방 전 대통령실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할 예정으로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지만, 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가 전부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한미 통화스와프 등 시급한 현안이 있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 논란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물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장관 해임건의안은 해당 발언 때문은 아니라면서 “이번 순방의 전반적 무능과 굴욕, 빈손, 거짓 등이 겹겹이 쌓여있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여야 대치에 불을 붙인 것은 자명하다. 

◇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가능성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현재 299명)의 3분의 1(100명)이 발의하고 과반수(150명) 찬성이 있으면 통과된다. 현재 야당인 민주당이 169석인데다,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으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부 견제를 위해 마련된 장치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국회에서 장관 해임건의안은 △19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 △19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 △19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2016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총 6번 통과됐다. 그리고 김재수 장관 외에는 모두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후 물러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날 도어스테핑 답변을 보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에서도 이를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윤 대통령이 법적 구속력도 없는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순방 과정에서의 ‘이XX’ 논란에 대해 유감표명을 할 생각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또 진상규명을 내세우며 MBC에 강경대응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은 검토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 장관도 지난 27일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다수의 힘에 의존해서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이날도 “제 입장에 변화는 없다. 제 거취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자진사퇴는 없다는 의미다. 

다음은 윤 대통령 약식회견 전문이다. 

2022년 9월 29일, 오전 9시 1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

<모두발언>
어제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쏴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가 개최됐습니다. 저도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보고를 받고 퇴근을 했는데, 올해 벌써 20번째가 넘습니다. 안보라는 것은 공짜가 없는 것이고, 우리 모든 경제 활동의 기초가 됩니다. 지금 한미 해상훈련이 정말 몇년만에 모처럼 지금 동해상에서 진행이 되고 있고, 그리고 오늘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합니다. 100여개 국가 이상이 모이는 이런 다자회의에서는 양자간의 이런 장시간 내밀한 얘기를 하기가 어렵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일본 전 총리 국장에 참석을 했다가 들어와서 부족한 얘기를 좀 더 나눌 생각이고. 

지금 여러가지 경제 지표들이 어렵고 저희도 하여튼 우리 국민들, 특히 서민들의 민생을 잘 챙겨가겠습니다마는. 우리 장래의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이 바로 디지털 고도화입니다. 그래서 이 디지털 고도화를 통해서 우리 전 산업분야의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AI(인공지능)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광주에서 AI 선도 국가로 뻗어나가기 위한 여러가지 전략과 또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 어제 상당히 내실 있는 논의를 했고요. 또 제가 AI의 메카라고 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AI 최고의 석학이라는 분도 만났고. 우리나라 도시 중에서는 광주가 AI에 대해서 선도적인 위치를 달리고 있고, 저도 선거 때부터 광주가 AI 선도도시로서 뻗어나갈 수 있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씀 드려왔고 어제도 그것을 다시 재확인했습니다. 지금 광주에서도 데이터 센터가 건립 중인데, 아마 내년이면은 완공이 될 거 같고. 그리고 AI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지금 여러가지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국가안보와 중장기 성장 전략 이런 것들을 함께 저희가 구축해나가면서 또 여러가지 경제적인 이런 충격에 대해서 국민들이 불편해하시지 않도록 저희들이 완충을 잘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질의응답>
Q. 민주당이 오늘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할 예정인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고요. 만약 거부하실 경우에는 여야 협치가 멀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박진 외교부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서 전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입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뭐 국민들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Q. 비속어 논란이 이렇게 장기화될 일인지, 유감표명을 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A. (대답 없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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