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파리협약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24.4% 감소 목표 제시
폐가전 재활용, 기후 변화 주범 ‘온실가스‘ 감축 해법으로 주목
소비자, 신형 가전제품 구매시 기존 판매자에게 전달만으로 재활용 참여

‘쓰레기.’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시된 ‘쓰레기’의 정의다. 하지만 우리가 ‘쓰레기’로 낙인찍어 내다 버리는 것들 중에는 ‘쓸모가 여전한’ 것들이 적지 않다. 실제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새로운 자원이 되거나 에너지로 재탄생해 새 생명을 얻기도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구를 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쓰레기의 역설’인 셈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환경오염원 감소를 위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세계가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뉴시스
전세계가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어느새부터인가 ‘기후 변화’ ‘기후 위기’ ‘탄소중립’ ‘RE100’ 등과 같은 환경보호 관련 키워드가 EU(유럽연합), 미국 등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세계 각 나라의 산업화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점점 오르면서 사계절(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은 전 지구적 기후 패턴이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전문가들은 화력발전 등 인간이 에너지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메테인(메탄) 등 온실가스 폭증이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전세계 각 국가들은 지난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약‘, Paris Climate Agreement)’을 체결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파리협약의 주된 내용은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2도 아래로 억제해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파리협약국 체결 당시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를 24.4% 감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대한민국, 2030년 온실감소 목표치 달성 불투명… 폐가전 재활용 해법 되나

하지만 우리나라가 파리협약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향후 달성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 약 6.8톤이었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14.1톤으로 무려 2배 가량 증가했다.

또 지난해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조사한 ‘2030년 10대 주요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 1인당 이산화탄소를 9.17톤 배출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10대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조사 결과 미국(8.59톤), 캐나다(8.12톤), 중국(7.21톤), 일본(5.88톤), 이탈리아(4.45톤), 독일(4.43톤) 등의 이산화탄소 배출 예상량은 우리나라보다 더 적었다. 이산화탄소는 전세계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의 72.5%를 차지하고 있다.

자칫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RE100 참여 기업 대상 인센티브‧컨설팅 제공 등 막대한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친환경 행보에 나섰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보호 이슈가 전세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지자체‧기업 등은 폐가전 재활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폐가전 재활용을 통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재활용으로 인해 온실감소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2009년부터 2011년(9월말 기준)까지 폐가전제품 3만6,382톤, 폐스마트폰 173만4,000톤을 수거해 재활용한 결과 약 12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LG전자, 폐가전 재활용화 몰두… 지난해 폐가전 351만톤 회수 후 재활용  

각계 각층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LG전자는 폐가전 재활용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 중 한 곳이다. 수십여년간 온실가스 감축의 일환으로 폐가전 재활용을 시작한 LG전자는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누적 60만톤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자사 제품에 사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단계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누적 20만톤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로 했으며 작년 한 해 동안에는 2만톤 가량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자사 제품에 사용했다. 이때 사용됐거나 앞으로 쓰일 재활용 플라스틱은 모두 폐가전제품 등을 수거한 뒤 추출·분류해 만든 재활용 플라스틱이다.

현재 LG전자가 생산한 TV‧모니터‧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제품 일부 모델 내장 부품에는 폐가전을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이 쓰이고 있다. LG전자는 앞으로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가전제품 외장재에까지 점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플라스틱이 더 적게 쓰이는 제품 생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LCD TV와 비교해 플라스틱 사용량이 적은 올레드 TV 라인업을 올해 기존 14개에서 18개로 확대했다. 

LG전자 측은 “올 한 해 판매 예정인 올레드 TV와 같은 수량의 LCD TV를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올레드 TV를 판매하는 것이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1만톤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LG전자는 더 많은 폐가전제품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2006년부터 2030년까지 목표로 삼은 폐가전제품 누적 회수량을 기존 450만톤에서 800만톤으로 대폭 늘렸다. 

작년 말 기준 국내에서 LG전자가 회수한 누적 폐가전제품은 총 351만톤 가량이다. 지난 2006년 5만6,480톤에 불과했던 폐가전제품 회수량은 15년만인 2021년 351만6,953톤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LG전자는 세계 52개국 87개 지역에서 폐가전제품 회수·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더 많은 폐가전제품을 회수해 자원으로 재활용하려 시도하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2021년 회사가 세계 각 지역에서 회수한 폐가전제품 규모는 유럽이 15만6,958톤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 12만4,768톤, 아시아 11만2,690톤, 러시아 2만2,706톤, 미국 2만2,190톤, 중남미 3,008톤 순이다.

이밖에도 LG전자는 신규 진출한 국가의 경우 자발적 재활용 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정부의 규제를 분석한 뒤 그 지역 산업단체들과 협의해 폐가전제품 회수·처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LG전자의 칠서 리사이클링 센터가 경남 지역 내 폐가전 재활용을 담당하고 있다./LG전자
LG전자의 칠서 리사이클링 센터가 경남 지역 내 폐가전 재활용을 담당하고 있다./LG전자

◇ LG전자 ‘칠서 리사이클링 센터’, 재활용과 함께 프레온가스 등 유해물질 친환경 처리

LG전자는 수도권, 중부·호남·영남·제주 등 권역별로 리사이클링(재활용)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중 ‘칠서 리사이클링 센터(CRC, Chilseo Recycling Center)’는 LG전자가 오랜 기간 진행해온 폐가전 재활용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2001년 LG전자가 100% 투자해 설립된 ‘칠서 리사이클링 센터’는 경남 지역 내 폐가전제품을 재활용 처리하고 환입 제품을 분석하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센터는 재활용을 통한 자원 사용 감소 외에도 폐가전제품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리사이클링 공정을 거쳐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작업도 수행한다.

경상남도 서부권의 폐가전 물량을 재활용하는 센터는 시간당 냉장고 75대, 세탁기 50대, 소형가전·에어컨 50대씩을 처리할 수 있다.

LG전자에 의하면 지난해 센터의 출고 실적은 재활용 85%, 매립·소각 15%다.

센터에서 이뤄지는 폐가전 재활용 과정은 크게 6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전국 각 지역 가전사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위탁업체를 통해 폐가전을 수거한다. 이렇게 센터로 모인 폐가전은 2단계로 야채박스·선반 등을 통해 일일이 손으로 각각의 플라스틱 구성품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3단계부터는 본격적인 리사이클링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냉장고 등에서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 등은 안전을 위해 피스톤 방식인 특수장치를 이용해 수거한다. 이때 모인 냉매는 액화시킨 뒤 재활용해 판매한다.

4단계 과정에서는 폐가전 파쇄 및 철류 회수 작업이 이뤄진다. 자동화 시설을 사용해 폐가전을 균일한 크기로 파쇄하고 분쇄물에 포함된 철(FE)은 자석으로 분류한다. 

이후 5단계에서는 진동에 의한 키의 원리로 우레탄·플라스틱을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우레탄은 위로 뜨고 무거운 중금속은 아래로 내려오며 나머지는 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물·소금물을 이용해 플라스틱 중 ABS와 PP를 따로 분류하고 구리와 알루미늄을 직경에 따라 나누면 일련의 과정이 끝나게 된다.

◇ 정부‧지자체‧기업, 폐가전 재활용의 소비자 인식 개선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

폐가전 재활용화의 확대를 위해선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뒷받침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정부‧지자체 등은 홍보 활동, 폐가전 회수 프로세스 개선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칠서 리사이클링 센터 준공 소식이 들리자 지역 민심이 별로 좋지 못했다”며 “이에 회사는 환경보호를 위한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고 지역 초등학교에는 재활용 교육 컨텐츠를 제공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2년여 동안 자발적으로 차량을 운영해 폐가전 재활용이 환경보호에 얼마나 중요한 지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히 홍보했다”며 “그 결과 울산광역시와 폐가전 재활용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대형 가전마트인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7월말 한국환경공단,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민·관 합동 소형 폐가전 수거체계 개선’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작년 8월 1일부터 전국 롯데하이마트 440여개 매장에 ‘중소형 폐가전 수거함’을 설치한 롯데하이마트는 당시 MOU를 통해 50여개에 불과했던 회수 대상을 전체 가전제품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롯데하이마트는 LG전자, 한국환경공단 등과 협력해 폐가전 재활용 등 자원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데 기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폐가전 수거‧재활용을 위한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SR센터는 서울 각 구청에 위치한 집하선별장에 모인 폐가전제품을 일제 수거해 해체 및 선별한 뒤 재활용한 금속자원을 재판매하고 있다. 각 구청은 관할 주민센터 등을 통해 소비자의 폐가전제품을 수거한 후 집하선별장으로 보낸다. 

SR센터는 특히 근로자 대부분을 저소득‧장애인‧노령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구성해 인식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SR센터 근로자 총 58명 중 38명(66%)은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이들 사회적 취약계층 근로자의 88%는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 중 54%는 5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다.

또 서울시는 SR센터를 시민‧학생들의 체험학습 및 견학 장소 등으로 활용해 폐가전 재활용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서울시에 의하면 작년 9월 기준 SR센터에서는 견학‧체험교육이 총 549회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9,577명의 시민‧학생들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SR센터를 통해 거둔 매출액 중 일부(11억8,000만원)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시한부모지원센터, 저소득가정 등에 지원해 자원 재활용이 지역사회 복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지난 7월 업무보고를 통해 재활용 활성화 순환경제를 실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환경부는 무상수거 폐가전 항목에 기존 냉장고·TV 등 대형 가전과 함께 밥솥 등 중소형 가전과 이어폰 등 전자제품 부속물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폐기되는 전기·전자제품·배터리 수거율을 높여 리튬·코발트 등 희소금속을 추출·재활용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재활용이 쉽도록 스마트폰을 제조하라고 기업들에게 요구했다. /뉴시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재활용이 쉽도록 스마트폰을 제조하라고 기업들에게 요구했다. /뉴시스

◇ 소비자, 폐가전 재활용 과정 손쉽게 참여 가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소비자들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폐가전제품 분리 배출이다.

먼저 신형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해당 가전제품 판매자에게 반납하기만 하면 된다. 현행 ‘전자제품 등 자원순환법‘ 규정상 전자제품 생산·판매자는 폐가전제품의 일정량을 소비자로부터 회수해야 한다.

폐가전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자는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https://www.15990903.or.kr/portal/main/main.do) 홈페이지를 통하거나 전화(1599-0903) 연락해 원하는 날짜에 폐가전제품을 방문·수거해달고 요청할 수 있다.

홈페이지 및 전화를 통해 폐가전 배출을 접수한 뒤 개인정보 동의 과정을 거친 후 원하는 날짜를 정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이러한 절차가 끝나면 조합은 소비자가 사전 예약한 날짜에 정해진 주소지로 방문해 폐가전제품을 수거하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형 폐가전제품의 경우 대형 폐가전제품과 함께 배출하든가 5개 이상의 소형가전제품들을 한 번에 배출해야만 수거해간다.

소형 폐가전제품이 5개 미만일 시에는 관할 주민센터 등에 문의한 뒤 배출해야 한다.

각 지자체에 개별신고 후 폐가전제품을 배출할 수도 있다. 대신 대형 폐가전제품은 주민센터 등 지역 관할기관에서 폐기물스티커를 구입한 뒤 부착해 지정된 장소에 배출해야 하며, 중소형 폐가전제품은 관할기관 수거함에 내놓으면 된다.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나눔폰 홈페이지(https://xn--910b51a865e.kr/)’를 통해 무상 배출이 가능하다. 오랜 기간 사용한 폐 스마트폰과 배터리·충전기 등을 박스 포장한 후 홈페이지에 나온 수도권자원순환센터 주소(나눔폰 폐스마트폰 수거 담당)로 택배(착불)를 보내면 된다. 이때 기부금 영수증을 신청하면 기부금 영수증이 발급되므로 연말정산시 활용할 수 있다.

폐가전제품 배출을 위해 롯데하이마트, LG베스트샵 등 주변 가전제품 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들 매장에는 각각 폐가전제품 수거함이 구비돼 있어 영업시간 내 방문하면 폐가전제품을 배출할 수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폐가전제품을 재활용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에 반해 중소기업 가전제품 업체는 대기업 수준에 비해 미흡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폐가전 재활용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할 때 에너지효율성, 친환경재료 사용, 재활용이 수월한 디자인 적용, 지속적인 A/S 적용 등으로 소비자들의 가전제품의 교체 주기를 늘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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