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이날부터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데, ‘반노동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를 잘 이뤄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29일) 김 위원장 발탁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년 이상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노동운동의 전설’로 꼽혔던 이력이 있다. 특히 공장에 위장취업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노조위원장을 지내는 등 1980년대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다. 이같은 이력은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발탁하게 한 계기로 보인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기용 배경에 대해 “정치력과 행정력을 모두 겸비한, 특히 노동현장의 경험이 많아 정부와 사용자, 노동자 대표 간 원활한 협의 및 의견 조율은 물론 노사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과제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 양대노총 반발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의 ‘전설’이었지만 이제는 노동계에 적대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파업 당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화물연대의 진군가를 보여주며 “(가사에서) 해방이란 노동해방을 의미하는데, 하이트진로를 빼앗아 국유화시키자는 것이다.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의 구호”라고 주장했고, ‘불법파업에는 손배폭탄이 특효약’이라는 제목의 영상도 올린 바 있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전광훈 목사와 함께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극우적 언사를 펼쳐 자주 논란을 빚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는 “총살감”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에는 “종북 김일성주의자”라고 한 적도 있다. 전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 발탁 소식이 전해지자 양대 노총은 반발했다. 민주노총의 경우 사회적 대화에 대한 불신으로 경사노위에 애초 참여하고 있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대화 참여는 더 멀어진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윤 정부의 노동개악 추진에 들러리로 그 소임을 다해야 하는 경사노위 위원장에 그간 색깔론과 노조 혐오로 가득한 시각과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김문수 씨를 임명한 것은 그 속이 너무 뻔하다”고 비판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도 논평을 내고 “사회적 대화를 총괄하는 경사노위 수장 자리는 진영 논리를 추구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 노동계가 환영할 만한 인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노동계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노총이 어렵게 이어온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경사노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노총보다는 온건한 입장이지만, 이는 김 위원장이 노동계를 제대로 설득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반노동', '극우적' 행보를 보였던 김 위원장의 발탁은 양대노총의 반발과 우려를 불러왔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삭발을 마친 후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반노동', '극우적' 행보를 보였던 김 위원장의 발탁은 양대노총의 반발과 우려를 불러왔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삭발을 마친 후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 김문수 과제 : 양대노총 반발 뚫고 노동개혁 설득

현재 윤석열 정부는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추가 개혁 과제는 경사노위 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경사노위의 직접적 과제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을 계기로 불거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도 경사노위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 즉 노사정을 두루 포용하고 민감한 쟁점을 중재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이 그런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와 정치권의 시각이다. 

일각에는 경사노위에서의 대화가 5년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 발탁 소식에 정치권에는 “양대 노총이 모두 원치 않는 인사를 데려왔다”는 비아냥도 나왔었다. 반노동적이고 극우적인 언행을 한 김 위원장이 노동계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사노위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위원장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경고했고, 민주노총은 “우리는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에 맞서 이를 저지하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의 건설을 위한 사업과 투쟁에 매진할 것이라는 약속 외에 할 말이 없다”며 이번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김대기 실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김 전 지사가 노동현장에 밝고, 지금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하는 분들이 후배들이고 해서 포용력을 갖고 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극우적 인사’라는 데 대해서는 “(김 전 지사가) 극우 아니냐는 말도 많았던 것 같은데 노동계나 의견을 두루 물어보니 그렇지 않았던 걸로 안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김문수, 한국당 토론회서 “이명박 구속? 문재인은 OO감” / 뉴시스, 2019년 8월 20일 
https://newsis.com/view/?id=NISX20190820_0000745141&cID=10301&pID=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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