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김미애,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김미애,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여야가 벼랑 끝 대치상황을 맞이했다. 정부‧여당은 해임 건의안이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실제 해임 단계를 밟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동시에 민주당이 ‘정치적 공세’에 나선 만큼 이를 정치적으로 받아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30일 국회 의안과에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결의안을 제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사퇴 결의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29일) 본회의에서 당초 의사일정에 없던 박 장관 해임 건의안을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처리하며 일방적으로 강제 처리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김 의장 사퇴안 제출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박 장관 해임 건의안 발의와 관련해 줄곧 김 의장의 ‘역할론’을 제기해 왔다. 해당 안건이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국회법상 위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협치 포기나 다름이 없다”며 “김 의장은 민주당만의 의장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야를 모두 대표하는 의장이 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은 통과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이 단독으로 표결을 밀어붙이면서다. 재석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무난한 결과였다. 당장 국민의힘은 ‘정부 발목꺾기’, ‘야당의 폭주’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을 향한 불만은 그대로 김 의장을 향했다. 국회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오히려 민주당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송 부대표는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당적을 보유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파에 편중되지 말고 중립적 위치서 국회를 잘 이끌어달라는 취지”라며 “어제 김 의장은 민주당이 제기한 해임 건의안을 우리와 협의도 제대로 안 하고 일방적으로 의사일정 변경을 동의해 줌으로써 중립성에 대한 국회법 취지를 정면으로 배치했다”고 날을 세웠다.

◇ 국정감사 앞두고 여야 신경전 고조

물론 사퇴 결의안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대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해당 안건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없는 데다가, 만에 하나 통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제스쳐”라며 “국회에서 처리될 일도 없고 전례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사퇴 결의안’까지 꺼내 든 것은 박 장관 ‘해임 결의안’ 등을 통한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고리로 공세에 나설 경우를 대비한 ‘정치적 명분’을 쌓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적극적인 대여 공세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외교 참사 논란을 비롯해 영빈관 신축 등 정부의 ‘실정’을 밝히는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운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영빈관 신축 및 외교 참사 등에 대한 현안 보고·책임자 출석 요구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며 무산됐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의 운영위 거부는 윤석열 정부 실정을 바로잡아야 할 국회의 책임을 망각한 심각한 직무 유기 행위”라며 “책임이 없고 화풀이만 하는 행태는 국민의 분노를 더욱 크게 할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민주당은 조그만 흠 혹은 있지도 않은 흠을 확대 재생산하고 이것을 언론 플레이하는데 능력을 가진 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상임위별로 이런 환경을 숙지하고, 정책위 수석전문위원들과 보좌진들이 발음 하나도 충분한 팩트 체크를 거쳐달라″며 ″민주당 측의 주장이나 발언에 대해서는 철저히 팩트체크를 해서 과장이나 허위가 없도록 팀워크를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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