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직한 후보2’로 돌아온 장유정 감독. /NEW
영화 ‘정직한 후보2’로 돌아온 장유정 감독.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는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은 전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과 그의 비서 박희철(김무열 분)이 쌍으로 거짓말을 잃게 되면서 더 큰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다. 

2020년 2월 개봉해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손익분기점(150만)을 넘기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던 ‘정직한 후보’ 속편으로, 지난달 28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한 뒤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직한 후보2’는 라미란을 필두로 김무열‧윤경호 등 오리지널 멤버들은 물론, 연기파 배우 서현우‧박진주‧윤두준이 새롭게 합류해 더욱 풍성한 재미를 완성했다. 특히 ‘쌍으로 터진 진실의 입’이라는 설정을 통해 특유의 시원한 사이다 코미디 요소를 배가한 것은 물론, 새로운 배경과 스토리로 세계관을 확장, 전편과 차별화를 꾀했다. 여기에 사회적 이슈까지 녹여내 의미를 더했다. 

그 중심엔 연출자 장유정 감독이 있다. 영화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를 통해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부라더’ ‘정직한 후보’로 코미디까지 섭렵한 장 감독은 ‘정직한 후보2’를 통해 또 한 번 탄탄한 연출력을 발휘하며 극장가에 유쾌한 에너지를 선사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장유정 감독은 ‘정직한 후보2’로 관객과 만나는 소감부터 연출 계기, 촬영 비하인드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1편에 이어 2편까지 라미란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내 인생의 복”이라며 라미란을 향한 남다른 신뢰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속편에 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정직한 후보2’. /NEW
속편에 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정직한 후보2’. /NEW

-‘정직한 후보’ 속편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어떤가. 
“코로나19 초반 1편이 개봉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받아서 당혹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는 불안함이 최고조였던 시기 아니었나. 영화뿐 아니라, 모든 것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았고 데이터가 없는 상태라 초조하고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굉장히 감사할 따름이다. 맨날 좋은 사람들하고 일하고 있으면 좋은지 모르다가 어쩌다 너무 독특하고 힘든 사람을 만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끼잖나. 당연했던 일상이 정말 고마워졌다. 관객이 예전보다 많지 않다고 해도 이게 어디야 싶고 정말 감사하다.” 

-속편 제작은 어떻게 이뤄졌나. 
“‘정직한 후보’ 원작이 브라질 작품인데 1편이 이미 히트를 친 상태에서 제작자가 원작을 사 온 경우다. 1편 개봉 시기에 브라질에서 2편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작사에서 농담 삼아 우리도 2편을 만들까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 그러다 자연스럽게 나와 배우들에게 2편 할 거냐고 물어봤고 누구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흔쾌히 응했다. 나 역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못찾겠더라. 특히 배우들과 영화가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정을 못 떼고 계속 만나고 있었다. 그러다 2편을 한다고 하니 다시 한 번 뭉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유독 팀워크가 좋아 보인다.  
“‘케미’라는 게 있나 보다.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일 많이 시키는 감독일 수 있고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일 수 있지만, ‘정직한 후보’ 팀은 모두 비슷했던 것 같다. 물론 일할 때는 진지하고 신중한데, 또 모여서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깔깔거리고 좋아한다. 시리어스하지 않고, ‘티키타카’가 너무 좋다. 또 일할 때 지켜야 할 선이 명확하고, 그런 것들이 2편 할 때 잘 이뤄진 것 같다. 배우들이 정말 잘 해줬다.”

-오리지널 멤버는 물론, 새로운 배우들도 합류했다. 기존 멤버들의 팀워크가 워낙 탄탄해서 새로운 배우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도 같은데. 
“기존 멤버들끼리 너무 친하면 새로 들어온 배우 입장에서는 질투나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친하지 않은 척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나. 숨길 수 없는 부분이다. 촬영 끝날 때마다 서현우, 박진주, 윤두준에게 전화를 했다. 이건 너무 잘했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특히 박진주가 불안해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넌 이미 연기를 너무 잘하니 혹시라도 잘 못나오면 그것은 무조건 내 잘못이다. 그러니 그냥 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협력하고 합의하고 타협하기도 하는데, 캐스팅에 대해서는 끝까지 양보를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가 선택한 배우이기 때문에, 그들을 살리려고 별 행동을 다한다. 그런 면에서 새로 들어온 배우들도 신뢰감이 높았고 나도 그들에 대한 신뢰가 높았기 때문에 겉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묻어났다는 평을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직한 후보2’에서 활약한 라미란과 김무열. /NEW
‘정직한 후보2’에서 활약한 라미란과 김무열. /NEW

-코미디로 각기 다른 개그 코드를 가진 관객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코미디 장르를 연출하는데 있어 감독의 철학은 무엇인가.  
“비극은 엄마 원숭이가 죽은 새끼 원숭이를 업고 있는 모습을 30초만 보여줘도 운다더라.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지점이 있는 거다. 그래서 고대 비극은 여전히 공연하지만, 희극은 잘 안 하는 것과 유사한 이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희극보다 비극이 더 많이 공연되잖나. 코미디는 누군가에게는 웃긴데 누군가에게는 안 웃길 수 있다. 유럽에서 웃겼지만 우리나라에서 안 웃길 수 있다. 공통적으로 이해시키고 재밌게 만들려면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다수결로 할 수 없잖나.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게 되는 거다.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는 나만의 핵심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다수에게 공감받을 것인지, 아니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큰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을 가져갈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시사도 하고 모니터도 받고 배우들이 직접 보기도 하면서 여러 방법 끝에 지금의 모습이 나온 거다.” 

-‘정직한 후보2’의 핵심 전략은 무엇이었나.  
“치밀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리얼리티에 기반한. 이미 주상숙의 코미디를 봤기 때문에 기시감이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방식으로 가기에는 통쾌함이 없는 ‘정직한 후보’는 핵심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1편도 주구장창 웃긴 게 아니었다. 30분 딱 웃기고, 재단 비리를 찾으러 가는 순간부터는 웃기지 않는다. 나름대로 정의롭고 의협심이 강하다. 그런데 웃긴 장면들이 관객들의 기억에 남은 거다.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시키고 보완해야 했다. 우선 주상숙의 코미디는 그가 이미 1편에서 거짓말을 못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사용해 유경험자로서 방법을 찾는 모습에서 담아내고자 했다. 여기에 전편에서 리액터였던 박희철의 설정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리액터이자 액터가 됐다. 주상숙과 박희철의 ‘티키타카’가 이뤄지면서 이제 관객이 리액터가 된 것이다. 또 림선희라든지 대통령이라든지 새로운 캐릭터들이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절대 오버하지 않으면서 충만한 리액팅을 해줬다. 그렇게 웃음을 만들어나갔다.”

탁월한 연출력을 또 한 번 입증한 장유정 감독. /NEW
탁월한 연출력을 또 한 번 입증한 장유정 감독. /NEW

-전편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도 더 강해졌다. 특히 바다, 환경 문제에 집중했는데 이유가 있다면. 
“‘정직한 후보’ 시리즈는 결국 주상숙이 본인의 과오를 다시 되짚고 반성하며 초심을 되찾는다는 포맷이다. 1편에서는 비리였고, 2편에서는 환경문제였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물이 낫겠다 싶었고 한강이 됐다가 결국 바다가 됐다. 바닷속 쓰레기 탑 같은 경우 1편과 자연스럽게 연계된 지점이 있었다. 환경문제를 소재로 활용했지만, 영화 특성상 너무 설득하려고 하거나 주입하려고 했을 때 거부감이 더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문을 열어 살짝 밖을 보여주면 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관객이 궁금하면 문을 열고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시멘트 문제가 그랬다. 아직까지 한국영화에서 시멘트 문제를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시멘트가 문제라고 심각하게 말을 해버리면 장르적 특성이 바뀌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하는 연구원을 통해 코믹한 터치로 이야기를 했다.”

-극 초반 주상숙의 변화를 뮤지컬처럼 표현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1편과 2편이 개별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에 1편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이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을 본 사람은 주상숙이 정직해져서 끝났는데 갑자기 타락한 걸로 시작하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상숙이 어떻게 도지사가 됐고, 어떻게 흑화 됐는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구구절절해지고 속도감도 떨어지기 때문에, 압축해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고민에 빠졌다. 뮤지컬적으로 보여주는데, 곡 한 편의 1절 들어가는 분량으로 짧고 간결하게 만들었다. 물리적인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주상숙의 변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주상숙은 되게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이 바뀌는데 사람이 꼿꼿하기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대단한 사람이다. 주상숙은 다혈질이면서 의협심이 강하다. 아주 단단한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불안한 순간이 왔을 때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인간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반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주상숙도 그렇다. 다만 주상숙은 솔직하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 중에 자신의 희생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데, 그럼에도 앞으로 밀고 나간다. 그것이 주상숙이 가진 인간적인 정의로움이라고 생각한다.”

-1편 기획 당시 라미란을 캐스팅하기 위해 원작 주인공의 성별까지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번 2편까지 함께 했다. 라미란은 어떤 배우, 사람인가. 
“실제로 만난 라미란은 정말 신중하고 돌다리를 열 번 두드려 건너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연기는 정말 계산 없이 하는 것처럼 한다. 준비 안 했다고, 그냥 하는 거라고 하는데 아직도 난 못믿겠다. 정말 타고난 거다. 타고났고 신중하고 치밀하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여유도 있다. 1편에 이어 2편을 함께 하면서 훨씬 더 신뢰도 쌓였고, 많은 부분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라미란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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