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양조위. /이영실 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양조위. /이영실 기자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홍콩 배우 양조위는 동시대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1994), ‘해피 투게더’(1997), ‘화양연화’(2000) 등으로 중화권을 대표하는 톱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영화 ‘비정성시’(1989), ‘씨클로’(1995), ‘색, 계’(2007) 등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영웅: 천하의 시작’(2002)과 ‘무간도’(2002), 할리우드 진출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00년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홍콩영화금상장 5관왕, 금마장 3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남우주연상 최다 수상자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홍콩영화를 이끌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양조위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The Asian Filmmaker of the year) 수상자로 선정돼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아시안영화인상은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2004년 이후 무려 18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양조위는 지난 5일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특별 기획 프로그램, 오픈 토크 및 핸드프린팅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특히 특별 기획 프로그램 ‘양조위의 화양연화’를 통해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리마스터링)’ ‘동성서취’ ‘암화’ ‘무간도’ 등 그가 직접 선정한 여섯 편의 출연작이 소개된다. 양조위는 해당 프로그램 상영작 중 두 편의 영화로 관객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양조위의 화양연화’를 통해 소개될 여섯 작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리마스터링)’ ‘동성서취’ ‘암화’ ‘무간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양조위의 화양연화’를 통해 소개될 여섯 작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암화’ ‘2046(리마스터링)’ ‘동성서취’ ‘화양연화(리마스터링)’ ‘해피투게더’ ‘무간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양조위는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소감부터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만난 소회, 앞으로의 목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팬데믹 시기는 어떻게 보냈나.
“그래도 나는 행운아인 것 같다. 팬데믹이 막 시작됐을 때인 2020년 3월 호주 시드니에서 촬영을 했고, 록다운 상황에 떠났다가 7월에 다시 가 촬영을 마무리했다. 촬영 후에는 홍콩으로 돌아가 ‘금소지’라는 영화를 찍었다. 이후 원래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상황이 아니라 취소하고 휴식을 취하다 상하이에 가서 간첩 영화 ‘무명’을 촬영했다. 그리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부터 지금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꽤 바쁘게 지냈다. 광고 촬영도 몇 개 했다.(웃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소감과 다시 부산을 방문한 소회가 궁금하다. 
“이 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번이 네 번째 참여다. 올 때마다 달라지는 점이 많다. 우선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예전보다 많이 현대화되고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높은 건물도 많고 바다도 더 예뻐진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 왔을 때 좁은 길에서 작은 무대를 세워 개막했던 것 같은데, 어제처럼 성대한 개막식을 개최한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어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부산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되게 반가웠다.” 

-특별 기획 프로그램 ‘양조위의 화양연화’가 진행된다. 직접 고른 여섯 편이 관객들에게 소개되는데,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 특히 ‘중경삼림’이 빠져있어 의외였다.  
“‘중경삼림’을 고르지 않은 이유는 이미 여섯 편의 영화에 왕가위 감독의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다른 장르로 골랐다.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도 많이 있다. 유진위 감독부터 왕가위 감독의 작품이 포함됐다.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사실 더 넣고 싶었는데 넣지 못한 것도 있다. 데뷔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화 ‘배전성시’를 찍었는데, 그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에는 여섯 편만 골랐다.” 

양조위가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부터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영실 기자
양조위가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부터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영실 기자

-첫 할리우드 진출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로 글로벌 관객과 만나기도 했다. 미국 첫 작품으로 마블 히어로무비를 택한 이유가 있다면. 
“작품이 나타나는 것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 일본, 대만 등 인연이 나타난다면 어디든 갈 의향이 있다. 꼭 미국에 데뷔하고 진출한다기보다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인연이 나타난다면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 일본, 대만 어디든 갈 의향이 있다.

‘샹치’ 같은 경우는 감독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 한 통에서 감독의 진심을 느꼈고 이 사람을 믿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배우라면 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그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미국 작품에 도전한다면 조금 더 글로벌한 관객들에게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작품 출연 의향도 있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나 감독이 있다면. 
“최근 한국 연예계를 보면서 나 역시 기뻤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년 전부터 한국에 영화홍보를 위해 많이 방문했고, 부산국제영화제도 벌써 네 번째 참여다. ‘8월의 크리스마스’ ‘올드보이’ 등부터 배우 전도연, 송강호가 출연한 작품을 즐겨보고 K-콘텐츠를 즐긴다. 전도연, 송강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 언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마음이 있다.” 

-배우로서 큰 성공을 거뒀고 많은 것을 이뤘다. 아직 남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실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고, 내가 해보지 못한 것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안 해본 것을 해보고 싶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게 돼 반가웠다. 드디어 이미지를 전화할 수 있겠구나 좋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역할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배우 생활을 전후반으로 나눈다면, 처음 20년은 배우는 단계였고, 후반 20년은 배운 것을 발휘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단계까지 넘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연기자라는 직업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는 소화할 수 없었던, 나이가 들면서 도전할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즐거운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이 든 역할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또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드라마 배우로 데뷔했다. 다시 드라마를 찍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했다. 그 시절부터 좋아해준 팬들도 많다. 그들도 드라마 속 모습을 궁금해 하는 것 같아 드라마에 도전해 보고 싶다.”

-양조위 팬덤은 여전히 굳건하다. 최근 젊은 층도 새롭게 유입됐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만나게 될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산에 오기 전까지는 내게 젊은 팬이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특별전 상영작을 선정할 때 젊은 팬층까지 고려하지 못했다. 팬들에게 편지를 받기도 했는데, 그중 한 분은 나의 최근 작품을 보고 좋아하기 시작해서 옛날 작품을 다시 찾아본다고 하더라. 팬데믹 등 여러 이유로 한국에 방문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조금 더 많이 방문해 인사드리고 싶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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