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시작했다. 이를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취재진이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통령이 들어오면 현안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질답을 나누는 형태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담이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침마다 취재진 앞에 선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기사를 읽다보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또 대통령이 아침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이라는 것은 철저한 감사를 위해서 보장되는 장치기 때문에 거기에 굳이 그 정도 관여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저는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문자로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6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도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감사원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인데다, 관여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이라고 보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수석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을 그냥 두고 볼 리는 없었다. 대통령이 아무리 ‘감사원은 독립기관’이라는 입장을 밝혀도 민주당은 해당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전망이다. 

◇ ‘기획 사정’ 논란의 신호탄

앞서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를 위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월북’으로 규정한 이유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이유에서다. 문 전 대통령 측 뿐 아니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복감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감사원이 독립성을 잃고 대통령실의 의중대로 움직인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야권이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해당 사건을 두고 “북한에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드리겠다”고 공언했고, 국민의힘이 그에 발맞춰 TF를 발족하는 등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가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표적 감사’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지난 5일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 보낸 문자메시지가 국무회의 전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카메라에 포착된 휴대폰 화면에는 유 사무총장이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렇다면 유 사무총장은 왜 이런 문자를 보냈던 걸까. 앞서 ‘한겨레신문’은 같은날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된 감사 계획이 감사원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진행됐다며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감사원은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착수 시 사전에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의결 이후 변경사항은 사무처에 위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 사무총장이 언급한 ‘해명자료’는 이를 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유 총장의 문자메시지 이후 같은날 오전 11시 20분쯤 감사원에서 해명자료가 배포됐었다. 

해당 문자가 보도되자 야권은 즉각 ‘기획 사정’이라고 공세를 가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사람은 감사원에서 ‘실세’로 꼽히는 유 사무총장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던 차였다. 이같이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 대통령실 수석과 문자를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으니 야권으로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할 계기가 된 셈이다. 

◇ 점점 커지는 ‘유병호 문자’ 이슈

대통령실은 “(한겨레 보도) 기사에 대한 사실 여부를 (이 수석이) 단순 문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원 역시 마찬가지 취지의 해명을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정기획수석실에서는 여러 부처나 여러 기관과 관련해 기사가 나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늘 거친다. 특히 오늘(5일) 1면에 날 정도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알아야 하지 않나. 그런 문의를 한 것에 대한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논란은 다음날인 6일에도 가라앉지 않았고, 윤 대통령 출근길 도어스테핑에도 질문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통보에 대해 ‘독립기구’임을 강조하며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유 사무총장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022 추계 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022 추계 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 역시 ‘단순 문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지만 업무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수 없도록 헌법과 법률에 돼 있다”며 “감사원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법에도 안 맞고 그런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은 철저한 감사를 위해 보장되는 장치라 거기에 관여할 만큼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독립성 논란,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정치 보복’을 한다는 지적을 에둘러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가 어렵고 북한 도발 등 안보 상황이 엄중하니, 대통령이 감사에 관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말로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으로는 야권의 공세를 멈추지 못했다.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의 서면 조사를 철회했지만 민주당의 감정이 좋지 않은 차에, 유 사무총장의 문자메시지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유 사무총장 문자메시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지도부, 대변인 등은 하루 종일 감사원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거기다 ‘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려고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해당 이슈에서 계속 끌려다니는 형국이 된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출구 전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윤 대통령 약식회견 전문이다. 

2022년 10월 6일, 오전 8시 49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

<모두발언>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도 북한에서 단거리미사일로 오늘은 2발을 발사를 했는데. 그저께 사정거리 4,000키로에 괌을 겨냥한 일본 열도를 지나가는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를 했죠. 괌이라고 하는 데는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의 주요 전략, 한반도에 전개될 전략 자산이 소재하고 있는 곳입니다. 오키나와에는 해병군이 주둔했고. 그래서 중거리 IRBM이라는 거는 이제 한반도에 전개된 전략자산에 대한 타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미 연합훈련을 마치고 다음 임지로 진행하던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가 어제 밤 8시경에 우리 수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 경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국제적으로도 우크라이나부터 시작해서 안보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들께서도 걱정은 되시겠지만, 우리 정부에서 강력한 한미동맹과 또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빈틈없이 다 잘 챙기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제는 9번째 민생경제비상대책회의(비상경제민생회의를 뜻함) 상주 스마트팜 센터에서 가졌다. 우리 청년 농업 창업을 위해서 1,500억을 투자해가지고 스마트팜 센터를 만들고 수천평의 실내 농장을 조성 했습니다. 여기는 소위 농업의 디지털 전환이 실현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미래농업에 대해 어제 논의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농업의 미래는 청년이라는 코드, 그 다음에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코드, 그 다음에 농업 경영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3가지 관점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논의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가 쌀의 시장가격이, 풍년이 들면 시장가격이 떨어져서 농민들이 많이 힘드십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45만톤을 시장격리를 시켜서 시장가격 안정화를 지금 꾀하고 있습니다. 어제 제가 콤바인에 올라타서 보니까 이게 일반 벼는 한 2주일 있어야 되고, 그리고 찰벼가 이제 다 수확할 수 있는 상황이 되가지고. 콤바인 체험(웃으면서)도 좀 했습니다마는. 어제 농민들이 탈곡을 해가지고 건조시켜서 도정을 앞두고 있는 쌀을 농민들과 함께 만져보면서. 금년에 홍수, 태풍에 이 무더위에 정말 국민의 양식을 생산하기 위해서 땀흘려 고생하신 농민들의 그런 수고를 가까이서 느낀 그런 날이었습니다. 하여튼 우리가 지금 안보나 경제나 많은 도전과 또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마는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AI(인공지능), 디지털 산업, 첨단산업 그리고 또 농업을 첨단화하는 이런 부분에 빈틈없이 잘 챙겨서 단기적인 현안 문제, 또 중장기적인 문제를 잘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네. 

<질의응답>

Q. 어제 '윤석열차' 풍자 만화와 관련해서, 문체부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한게, (대통령이) 대선기간에 약속하신 표현의 자유를 좀 위반한다는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그런 문제에 대통령이 언급할 건 아닌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 기시다 총리와 통화하시는데 안보 문제 이외에 과거사 문제도 혹시 거론되는지.

A. 글쎄요. 어떤 얘기를 지금 우리 기시다 총리 통화에서 주제가 될지 저도 정확히, 또 뭐 어떤걸 언급할지 정확한 건 알 순 없습니다. 어제 일본 국회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을 우리 기시다 총리가 했습니다. 그동안 일본 조야의 여론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많이 감안이 됐는데. 다양한 국제적인 당면 현안들에 대해서 함께 헤쳐나가야될 중요한 이웃이고 한일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된다는 어제 국회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와 관련된 것, 그리고 특히 그저께 일본 열도를 지나가는 IRBM 때문에 일본이 아주 난리가 난 모양인데 그런 안보 현안에 대한 얘기가 있지 않겠나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유병호 사무총장과 이관섭 수석 사이에 오고간 문자 때문에 대통령님이 그저께 말씀하신 감사원의 독립성 언급과는 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글쎄 저는 뭐 무슨 문자가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감사원은 소속은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업무는 대통령실에서 관여할 수 없도록 헌법과 법률에 돼 있고. 무슨 문자가 나왔다는건 정확히 파악을 해보겠습니다마는 제가 어제 기사를 얼핏 보기에는 뭐...역시 그것도 하나의 정부의 구성이기 때문에 아마 무슨 뭐..보도에 드러난 언론 기사에 나온 이런 업무와 관련해가지고 어떤 문의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하여튼 감사원 업무에 대해서는 관여하는 것이 법에도 안 맞고, 그리고 그런 무리를 할 필요가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이라는 것은 철저한 감사를 위해서 보장되는 장치기 때문에 거기에 굳이 그정도 관여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저는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네. 

 

근거자료 및 출처 

 

- [단독] 서해사건 감사, 적법절차 안 거쳤다 / 한겨레, 2022년 10월 5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1375.html

 

- 2022.10.5. 한겨레에서 "서해사건 감사, 적법절차 안거쳤다"를 보도한 데 관련 보도참고자료 / 감사원, 2022년 10월 5일 

https://www.bai.go.kr/bai/board/base/detail?brdId=BAK_0008&postNo=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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