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사진은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이 논란이 됐다. 사진은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을 두고 한차례 공방이 일어난데 이어 5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두고 여야가 맞붙었다.

지난 4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된 증인인 국민대·숙명여대 총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날치기 증인처리 원천무효’라는 문구를 붙이고 증인 채택안의 민주당 단독 처리를 문제삼았다.

민주당 측에서는 국민대·숙명여대 총장이 해외로 출국해 국정감사를 회피한 것을 두고 ‘도피’라고 질타했고, 국내에 체류중이지만 수업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한 김 여사의 논문 지도교수에 대해서는 동행명령 의결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여야의 충돌로 인해 국정 감사 중간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순방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며 인도 순방에 쓰인 예비비 배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통화 내용에 따르면 2018년 9월 주인도대사는 ‘허왕후 기념공원 확대조성사업 착공식’에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다음 달인 10월 우리 외교부가 인도에 ‘영부인이 함께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달했고, 인도에서 총리 명의로 김 여사에 대한 초청장을 발부했다.

배 의원은 “원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일정이었는데 청와대 측에서 영부인도 함께 가겠다는 뜻을 전해 인도 측이 맞춰서 초청장을 보내왔다”며 ‘외유성 출장’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외유 논란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모디 총리께서 김정숙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성사됐다”고 해명했지만, 그 해명마저 뒤집는 증거다.

또한 김 여사의 인도 순방 중 타지마할 방문 일정이 갑작스레 현지에서 추가됐다는 점을 들어 배 의원은 문체부에 내부 감사를 촉구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매우 짧은 기간에 상당히 예외적이고 긴급한 결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위)이 김건희 논문표절 증인 채택 관련 '날치기 증인처리 원천무효'라는 문구를 컴퓨터에 붙이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건희 논문표절 증인들은 출석하라!'는 문구를 컴퓨터에 붙이고 국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위)이 김건희 논문표절 증인 채택 관련 '날치기 증인처리 원천무효'라는 문구를 컴퓨터에 붙였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건희 논문표절 증인들은 출석하라!'는 문구를 컴퓨터에 붙이고 국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버킷리스트 출장’ 오명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셀프 초청’이라며 다시 불거지자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황희 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당시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황 의원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와 인도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행사를 양국이 함께 개최하자는 제안에서 출발해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요청해 왔다”며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서 다른 일정으로 인도방문이 어려워지자, 인도측에서는 김정숙 여사 초청을 제안해왔고 초청장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김정숙 여사는 당초 인도측 제안대로 디왈리 축제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하셨고, 인도측 요청으로 모디 총리와 김정숙 여사간 양자회담 형식을 갖춰 일정을 진행하기도했다”며 “인도측에서 최초 도종환 문체부장관 초청을 제안했는데 청와대가 김정숙 여사 방문으로 재차 제안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정했다.

초청장의 순서에 관해서도 그는 “인도측으로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초청장이 먼저 오고 김정숙 여사의 초청장이 나중에 오고 하는 문제는 우리측 의사결정에 따른 실무적 과정일 뿐”이라며 “인도측이 최초 제안한 대통령님 초청이 무산되자, 여사님 초청을 제안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황희 의원이 문 전 대통령 대신 간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공식 방문을 한지 4달만에 또 공식방문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 것이 가능하겠냐. 상식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방문한 나라에서 4달 뒤에 또 와 달라고 초청할 수가 있냐. 외교부 문서가 드러났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감에서 “영부인이 문체부 장관이 가게 된 것을 자기도 가려고 예비비를 긴급 편성했다. 영부인 세계 일주 꿈을 이루어 준 버킷리스트 외교냐”고 질타한 바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민주당에 날을 세워왔다. 6일 비대위회의에서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종혁 비대위원, 김상훈 비대위원 모두 문재인 정부를 거론하며 국정감사에서 밝혀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김정숙 여사 버킷리스트 출장 논란’으로 국면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 최근 여당은 영빈관 신축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의 ‘광화문 시대’ 공약을 꺼냈고, 인사 참사와 관련해서도 전 정부 인사를 언급하는 등 문 전 대통령 내외를 ‘만능 반격 카드’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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