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과 전북도연맹 민족농업전진대회가 나락적재 투쟁을 진행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지난 9월 15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과 전북도연맹 민족농업전진대회가 나락적재 투쟁을 진행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12일 쌀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야당의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국민의힘에서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의 7대 핵심 입법 과제에 양곡관리법을 포함시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면서 최장 90일간 발이 묶였습니다.

안건조정위 임시 의장인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위원장 선임 절차를 미루자 민주당은 지난 3일 단독으로 회의를 열어 민주당 윤준병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면서 안건조정위 돌파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9일만인 12일 민주당 윤준병·신정훈·이원택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만 참석한 채 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재적 위원 6명 중 3분의 2(4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가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셈입니다.

정부 측에서는 이날 안건조정위에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그로 인한 재정부담이 심화되고 전체적으로 농업인의 부담이 커진다”고 반대했지만, 윤 위원장은 “정부가 그냥 벽만 보고 ‘안이 없다, 시장격리 의무화 못한다’는 자세로 있으면 더는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말하며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Q. 쌀값이 법을 개정할 만큼 폭락했나요?

A. 산지 쌀값은 지난 8월을 기준으로 20kg당 4만725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5만4,228원보다 24.9% 하락했습니다. 하락률로 보면 1977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낙폭입니다.

Q. 쌀값 폭락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A.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농민들은 쌀값 폭락의 주요 원인이 잘못된 시장격리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2월, 6월, 7월 세 차례 시장격리 조치를 한 바 있지만, 과잉공급 된 물량이 제대로 격리되지 못하고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또 물량도 나눠서 격리한데다 역공매방식으로 쌀값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입니다.

12일 오전 농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민 쌀값 분노에 함께해 줘 감사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농민들은 아직 민주당을 신뢰하기 어렵다. 쌀값 폭락 원인 제공이 문재인 정부라고 생각한다”며 “2019년 문 정부와 민주당이 어설프게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이 문제의 도화선을 제공했고, 지금 최악의 사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 윤석열 정부다”고 전 정부와 현 정부에 함께 쓴 소리를 했습니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 있는 목소리, 쓴소리도 다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취지에서 (국민발언대를) 한 것”이라며 “양곡관리법 문제들은 민주당이 결자해지 자세로 풀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쌀값정상화 편'에 참석해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 회장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쌀값정상화 편'에 참석해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 회장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Q.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A.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의 초과생산 쌀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현행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 수매금액도 역공매방식이 아닌 시장 가격으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농민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선제 매입’ ‘최저가매입 반대’를 반영한 셈입니다.

Q. 국민의힘은 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나요?

A. 정부‧여당도 쌀값 안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에서 발의한 양곡관리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서 제가 볼 때는 다분히 포퓰리즘적이고 선동적인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도 정 비대위원장과 같은 날 당정협의회에서 “분명히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고 재정 부담도 커질 것이다.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국민의힘이 심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대체작물 지원제도와 자동 시장격리 제도를 최대한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정말 안타까운 것은 많은 농민뿐 아니라 농업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를 비판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민주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습니다.

Q.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A. 정부는 떨어지는 쌀값을 잡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톤 매입을 약속했습니다. 매입은 오는 2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매입가격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과 동일하게 산정됩니다.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통계청이 10월 5일부터 12월 25일까지 10일 간격으로 조사(총 9회)한 산지 쌀값의 평균을 기준으로 합니다.

또 지난 6월에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쌀 시장격리 의무화 법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뒤늦은 시장격리’와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계속되는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주농업인단체협의회와 농민들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통합 RPC 앞에서 쌀 수매가 안정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여주농업인단체협의회와 농민들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통합 RPC 앞에서 쌀 수매가 안정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Q. 농민들의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요?

A.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전농)은 정부의 45만톤 매입에도 “21년 구곡을 시장 격리하는 양 10만 톤을 제외하면 실제 22년 신곡 시장격리량은 35만 톤이다. 37만 톤을 시장격리하고 가격 하락을 막지 못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쌀값의 폭락은 잠시 멈출 수 있을지 몰라도 생산비 상승에 걸맞은 적정 가격으로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대책이 아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농은 △ 쌀 수입 중단으로 국내 쌀 자급률 100% 달성 △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 농민 재난지원급 지급 △ 농협의 대규모 적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면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어떻게 처리되나요?

A.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민주당과 윤미향 의원이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농해수위 전체회의로 넘어갑니다.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도 통과한다면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그리고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법사위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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