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수도권 호텔 투숙료, 8∼9월 대비 2배 이상 책정
가성비 호캉스는 옛말, 주말 2박에 40만원 웃돌아

트립닷컴이 국내 호텔들의 등급을 임의로 평가해 표기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픽사베이
국내 호텔업계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발맞춰 객실 요금을 인상하고 나섰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호텔업계가 최근 객실 요금을 인상하고 나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호텔업계의 이러한 행보는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5일 주요 글로벌 호텔 체인 공식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울 소재 호텔의 11월 투숙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 8∼9월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소재 호텔 중에서 최근 투숙료를 큰 폭으로 인상한 호텔은 △목시 서울 인사동 △알로프트 서울 명동·알로프트 서울 강남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구로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이다.

해당 호텔들은 대부분 3·4성 호텔로,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불가했던 시기 룸온리 기준 △평일 1박 7만원 내외 △주말 1박 10만원 내외로 책정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호캉스’를 즐기기 적합한 곳으로 평가됐다. 메리어트 충성고객들 사이에서는 ‘공기 투숙’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 ‘공기 투숙’이란 실제 투숙을 하지 않고 객실만 예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글로벌 호텔 체인의 등급(티어)을 유지하기 위해 숙박일 수를 채우는 것이다. 

그런데 메리어트 계열 브랜드 호텔의 11월 투숙요금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비싸게 받는 경우에는 평일 1박 룸온리 기준 20만원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세부적으로는 목시 인사동과 알로프트 강남, 페어필드 서울, 포포인츠 구로 등이 11월 평일 투숙 기준 13만원 내외, 11월 주말은 18만∼20만원대 초반 가격에 1박 투숙이 가능하며, 알로프트 명동은 11월 평일 투숙요금이 20만원대 중반, 주말 투숙은 27만∼28만원 수준이다. 전부 기본 객실(스탠다드룸) 룸온리 옵션이다. 2박을 투숙하는 경우에는 객실 이용요금만 40만∼50만원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호캉스는 옛말” “일본 여행이 더 저렴하겠다” 등과 같은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국내 호텔 요금이 인상되는 상황에 일본 오사카 지역의 호텔 투숙 요금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알로프트 오사카 도지마 호텔 전경. /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실제로 11월의 일본 오사카 소재 아코르 계열 호텔의 평일 투숙 요금을 살펴보면 저렴한 이비스 버젯 브랜드의 경우 원화 기준 7만원 내외에 1박 투숙이 가능하며, 이비스 및 이비스 스타일 오사카는 10만원 초중반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오사카 지역의 메리어트 계열 브랜드 목시·알로프트·페어필드 등 호텔도 15만원 내외 가격에 투숙이 가능하며, 프리미엄 브랜드인 쉐라톤 호텔도 20만원 이내 투숙이 가능하다.

일본 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내국인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의 호텔 투숙요금 상승과 관련해 호텔 업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고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 지역 호텔의 룸레잇(투숙요금)이 조금씩 인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리드 타임(예약일)을 짧게 1∼2주 이내로 계획하면 가격이 높게 느껴질 수 있는데, 1∼2개월 후 객실을 미리 예약(얼리버드 예약)하면 조금은 저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도 객실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외국인 관광객 영향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명동 인근 호텔의 투숙 고객들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 약 60%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인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호텔의 객실 요금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서울 명동과 인사동에 위치한 아코르 계열의 이비스 및 이비스 스타일 호텔과 서울드래곤시티의 이비스 스타일 호텔은 11월 평일 기준 투숙 요금이 10만원 내외 수준이며, 5성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은 10만원대 중후반에 이용할 수 있어 메리어트 계열 호텔 대비 가성비가 부각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및 아코르 11월 투숙 요금 / 메리어트, 아코르

- 호텔 업계 관계자 전화 인터뷰 / 2022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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