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사진)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심기가 불편하다. 대리점들에 대한 '갑의 횡포'가 불거진데다,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에 대한 증여세 논란까지 더해져 입장이 여간 곤란해진 게아니다. 화장품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아모레퍼시픽이 잇단 잡음으로 회사 이미지는 물론 고객 신뢰까지 추락하진 않을까 우려의 시선이 높다.

 

지난 6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본사에 의해 ‘갑의 횡포’를 겪었다는 전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점주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인력 빼가기 '갑의 횡포' 논란

이날 ‘전국 을(乙)의 피해사례 보고대회’에 참석한 전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점주들은 본사가 상품을 강제로 출고(일명 '밀어내기')하고 방문판매원(카운셀러=가정 방문판매 외판원)을 빼간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주관했던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실은 아모레퍼시픽이 상품강제 출고는 물론 특약점주들에게 무상판촉물의 비용까지 전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원실에서 제공한 부산 지역 한 특약점의 ‘2012년 월별 영업 현황’에 따르면, 회사가 특약점에 넘긴 제품 액수가 실제 매장에서 나가는 매출액보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계속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품의 강제출고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라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김 의원 측은 또 "무상판촉물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특약점과 합의없이 전액을 특약점에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과 대리점주의 거래약정서 제15조(판촉물 사용관리) 3항에 따르면 ‘갑은 제2항의 무상의 판촉물 제작비용 일부를 을과 사전에 합의하여 을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약정대로라면 분명 합의를 통해 비용의 ‘일부’만을 부담시켜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일방적으로 판촉물 비용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특약점주들은 본사의 '방문판매원 빼가기'도 불공정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남 마산의 전직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주였던 서모 씨에 따르면, 서씨는 본사로 부터 2006년과 2007년 매출이 역성장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개선하도록 요청을 받았다. 이에 서씨는 당초 세운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2.4%의 매출성장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특약점 계약을 해지했으며 10년 동안 같이 일한 60여명의 방문판매원들을 아모레퍼시픽 퇴직자가 운영하는 특약점과 직영점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이 서씨의 주장이다.

서씨는 "화장품업계 특성상 방문판매원은 매출을 좌우한다"면서 "이들을 일시에 다 빼가서 직영점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은 특약점주가 수년 간 힘들게 일군 영업자산을 본사가 거저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서씨 외에 다른 특약점주들 역시 영업인력을 본사가 흡수해서 직영점 등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닌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칼날 피해갈까

아모레퍼시픽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퍼시픽패키지’와 ‘퍼시픽글라스’ 두 회사가 의혹의 중심에 섰다.

포장인쇄 전문업체인 퍼시픽패키지의 경우 지난해 총 매출 510억여원 중 473억여원이 계열사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이는 무려 약 93%에 해당하는 수치로, 계열사 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제일 많은 461억여원의 일감을 줬고, 태평양제약 10억여원, 에뛰드 7,700만여원 등 내부거래가 이뤄졌다.

2011년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총 매출 435억여원 가운데 373억여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이는 무려 85%에 해당하는 수치다.

퍼시픽패키지는 지분 99.36%를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경배 회장과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들이 59.83%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51.37%의 지분을 보유한 서 회장이다.

퍼시픽글라스 역시 상당수 매출이 그룹 계열사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 매출 593억여원 중에서 50%에 해당하는 299억여원을 아모레퍼시픽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그 이전 2011년에는 49%(611억여원 중 301억여원), 2010년에는 50%(597억여원 중302억여원)로 설립 이후 50%를 넘나드는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퍼시픽글라스는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이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에서 이 같은 내부거래 비중은 아모레퍼시픽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증여세 문제까지…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경배 회장 장녀인 서민정 씨를 둘러싼 증여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 회장이 장녀 민정 씨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려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논란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주사 전환 과정을 거치고 있던 서 회장은 12월 7일 자신에게 배정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48주를 장녀인 민정 씨에게 전부 증여했다. 민정 씨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주당 20만6,000원으로 환산하면 41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민정 씨는 2007년 3월 증여받은 우선주 중 44%인 8만8,940주(약 183억원)를 증여세로 냈고, 나머지 11만여주는 지주회사인 (주)아모레퍼시픽그룹에 현물출자했다. 민정 씨는 그룹에 현물출자 한 대가로 신형우선주 24만1,271주(교환비율1 대 2.15)를 받아갔다.

이로써 민정 씨는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의 우선주 26.48%를 보유하게 돼 우선주 최대주주로 자리를 확보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당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의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됐느냐 하는 점이다. 서 회장이 민정 씨에게 증여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는 (주)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로 교환해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고, (주)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는 구형우선주와는 달리 10년만 보유하면 보통주로 자동전환되고 최저 연 3%의 배당수익률이 주어지는 전환우선주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가 가진 (주)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 교환권리와 10년 후 보통주로 자동전환되는 가치를 전혀 따지지 않아서 민정 씨가 싸게 매입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4월 국세청은 지주사 전환시 주식시가 평가가 잘못돼 서 회장 등이 주식을 싸게 매입했다며 서 회장과 장녀 민정 씨 등 특수관계인에게 약 150억원의 증여세 부과를 통지했다. 현재 서 회장 측은 과세전 적부심을 통해 80억원으로 감면받아 납부한 뒤 지난달 감사원에 조세 불복심사를 청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들어 잇달아 터진 악재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눈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 특약점주들이 주장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면서 "밀어내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판촉물 비용 관련 사례는 본사가 제공하는 무상판촉물이 아닌 특약점주의 요청으로 주문된 것이라 비용이 청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인력빼가기 역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전직 특약점주들은 본사가 직영점으로 방문판매원 인력을 빼갔다고 하는데, 오히려 직영점 방문판매원의 비중은 전에 비해 더 줄어들었다. 직영점 역시 최근들어 늘어난 것이 아니라 2008년에도 직영점이 12개 있었고, 그 이전에도 직영점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예외 상황"이라면서 "특정인에게 부당하게 이득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 회사들은 경영효율성을 위한 수직계열화 차원의 업체들이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대상과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특히 증여세 문제에 대해선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을 적법하게 진행했다"면서 "향후 주식가격 변동까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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