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1심(징역 4년)보다 많은 징역 6년을 구형받았다. 재벌총수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구형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최재원(50) SK그룹 부회장에게는 1심과 똑같은 징역 5년을,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일부 개입했다 하더라도 회사 돈을 빼돌린 것은 최 회장이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고 허위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등 사법부를 기망하려 해 1심보다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최 회장에게 무거운 형량을 내렸다.

 최태원 회장은 양손을 모으고 재판장에게 "펀드에 대한 욕심에 눈이 어두워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제 불찰로 SK그룹의 명예에 상처를 남기고 수많은 분에게 고통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 10년을 믿은 김원홍씨에 대한 배신감과 창피함으로 그와의 관계를 숨기려 했지만 구치소 수감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은 진실을 왜곡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시는 제 욕심만 차리고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최 회장의 법정 최후 진술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동안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하며 죄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최 회장의 ‘반성한다’는 법정진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다. 불리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문 재판장도 최 회장에게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이 이 재판의 또 다른 의미"라며 "마지막까지 피고인에게 그러한 기대를 걸었었다. 형량을 깎기 위해 말로만 반성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9일(금요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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