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인사문제와 관련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김기춘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는 모습.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최근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를 두고 막후에서 김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더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실 김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 정치권에선 ‘실세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7인회의 멤버로 박근혜 대통령의 막후 조언자 역할을 했던 김 실장이 청와대를 완전히 접수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예상했다.

김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특히 인사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잡음이 나왔다. 김 실장의 눈 밖에 나면 결코 고위직에 임명될 수 없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에 내정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9일 국정감사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박 실장이 구설에 올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흥선대원군 이하응 이후 최대 권력자가 대한민국에 나타났다"면서 "대한민국 정부 직제표에도 없는 '부통령'으로 불리거나 '실세실장'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부산·경남(PK)' 출신들이 주요 요직에 기용된 것도 김 실장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대원군이라는 칭호가 왕의 아버지에게 붙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흥선대원군 이래 최대 '막후실세'라는 점에서 김 실장을 '기춘대원군'으로 불러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며 "PK인맥을 전진 배치해 인사탕평책을 대신하고, 유신독재 찬양으로 국민대통합을 가르고 있는 것도 그의 치세와 관계가 깊어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김 실장은 민주당의 ‘공공의 적’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탕평 실종’도 결국 김 실장 때문이란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김 실장이지만 최근 인사문제와 관련,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계속해서 야당이 김 실장을 흔들 경우 그의 거침없는 행보도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래저래 요즘 김 실장은 고민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흥선대원군’에 빗댄 ‘기춘대원군’이라는 말은 그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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