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최근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를 두고 막후에서 김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더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실 김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 정치권에선 ‘실세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7인회의 멤버로 박근혜 대통령의 막후 조언자 역할을 했던 김 실장이 청와대를 완전히 접수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예상했다.
김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특히 인사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잡음이 나왔다. 김 실장의 눈 밖에 나면 결코 고위직에 임명될 수 없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에 내정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9일 국정감사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박 실장이 구설에 올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흥선대원군 이하응 이후 최대 권력자가 대한민국에 나타났다"면서 "대한민국 정부 직제표에도 없는 '부통령'으로 불리거나 '실세실장'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부산·경남(PK)' 출신들이 주요 요직에 기용된 것도 김 실장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대원군이라는 칭호가 왕의 아버지에게 붙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흥선대원군 이래 최대 '막후실세'라는 점에서 김 실장을 '기춘대원군'으로 불러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며 "PK인맥을 전진 배치해 인사탕평책을 대신하고, 유신독재 찬양으로 국민대통합을 가르고 있는 것도 그의 치세와 관계가 깊어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김 실장은 민주당의 ‘공공의 적’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탕평 실종’도 결국 김 실장 때문이란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김 실장이지만 최근 인사문제와 관련,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계속해서 야당이 김 실장을 흔들 경우 그의 거침없는 행보도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래저래 요즘 김 실장은 고민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흥선대원군’에 빗댄 ‘기춘대원군’이라는 말은 그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