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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무상(勸力無常). 과거 권력자들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날아가도 새도 떨어 뜨린다’는 말로 상징되던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의 위상은 막강했다. 하물며 그 수장을 맡은 안기부장의 위력은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쥐었던 장세동 안기부장의 위세는 지금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가 국회를 방문할 때엔 항상 좌우에 안기부 직원을 동원해 기자들도 그의 곁에 범접할 수 없었다.

대통령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그 사랑에 비례해 그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그런 장 전 안기부장의 현주소는 어떨까. 그는 이제 아무 힘도 쓸 수 없는 ‘늙은이’에 불과하다. 추징금 때문에 자신 앞으로 재산 한 푼 남기지 못하고 부인에게 기대어 사는 힘없는 늙은이 이상은 아니다.

언론과 주민들의 눈을 피해 외출을 하는 등 과거에 누렸던 그의 권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권력은 무상한 것이다. 한 때 아무리 큰 권력을 손에 쥐었더라도 세월이 흘러 그 권세를 놓게 되면 주변에는 아무도 없게 된다.

지난 10월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던 전직 행정관들을 강남 자신의 사무실로 초정했다. 당초 초청대상자는 120명이 넘었으나 막상 이날 행사에 참석한 행정관은 60~70명 남짓이었다.

이날 모임에 이달곤 전 정무수석,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이 그마마 고위직에 근무했던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행정관들이었다. 이날 경품추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나마 경품추첨이 없었다면 중간에서 자리를 뜰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벌인 4대강 사업과 관련,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또 4대강 사업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명박 정부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면 치를수록 그나마 남아있던 권세도 하루가 다르게 빠지게 된다. 그러면 그의 곁에 머물던 사람도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종국에는 혼자만 남게 된다.

시쳇말로 권력이 없는 주군을 누가 따르겠는가. 이게 권력이다. 그런데도 이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총칼로 상대를 죽이고 있다. 종국엔 아무도 그의 곁에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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