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이른바 ‘1조클럽’에서 지각변동이 포착됐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IT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 서비스업종은 약진했지만, 조선·기계·설비, 철강, 통신은 부진했다.

 

기업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2008년 말 이후 최근 5년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대기업의 변화를 분석해 지난 6일 발표했다.

CEO스코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말 102개였던 ‘1조클럽’ 회원사는 지난달 말 기준 155개로 늘어났다. 2008년 이름을 올렸던 10개 회사가 사라지고, 63개 기업이 신규 진입한 것.

일단 신규 가입 기업으로는 삼성생명이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2010년 상장과 동시에 시총 4위를 차지한 삼성생명은 올해 10월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20조9,000억원을 기록, 국내 상장사 중 시가총액 전체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웃고', 조선 '울고'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종’이 11개로 가장 많은 기업을 ‘1조 클럽’에 가입시켰다. SK그룹의 SI업체인 SK C&C, 제일기획, 호텔 레저업의 파라다이스, NHN엔터테인먼트, CJ E&M,  스카이라이프, CJ헬로비전, 다음, 포스코ICT 등이 ‘1조 클럽’에 신규 가입한 서비스 기업들이다.

또 유통업과 자동차부품업도 약진했다. 이마트를 필두로 호텔신라, GS리테일,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업체와 한국타이어와 현대위아, 한라비스테온공조 등 자동차 부품 업체가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1조클럽’에서 탈락한 기업들은 어디일까. KTF, 외환은행, LG데이콤, 하이트맥주, STX팬오션, 동국제강,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태웅, 메가스터디 등 10곳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은 합병으로 종목이 사라지거나, 주가하락, 실적부진, 워크아웃 등의 이유로 ‘1조클럽’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KTF는 2008년 당시 5조9,000억원의 시가총액으로 전체 23위를 차지했지만, KT와 통합하면서 사라졌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에 주식이 병합되면서 상장폐지됐다. LG데이콤은 LG텔레콤, LG파워콤과 합병해 LG유플러스로,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합병해 하이트진로로 재탄생했다.

 

STX팬오션은 2008년까지만 해도 1조9,300억원의 시총을 기록했지만, 법정관리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2,32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진중공업과 태웅도 2008년에는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드는 우량기업이었으나 현재는 주가가 반토막난 상황이다.

5년간 기업들의 시가총액의 변화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문화콘텐츠 및 정보서비스, 보험 등은 약진한 반면, 조선·기계·설비, 철강, 통신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1조 클럽을 휘어잡은 업종은 IT·전자전기였다. 이 업종의 '1조클럽' 기업은 5년 새 8개 사에서 10개 사로 늘었고, 이들의 시총도 96조5,000억 원에서 282조1,000억원으로 192.3%나 급증했다.

반면 통신은 1조 클럽이 5개에서 3개로 줄고 시총은 37조5,000억 원에서 32조8,000억원으로 12.7% 줄며 '감소율 1위'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은행 역시 1조 클럽 기업이 2개에서 1개로 줄고, 시총은 7조5,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10.0% 감소했다.

그렇다면 5년간 시총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기업은 어딜까. 성장세 1위는 기아자동차다. 기아자동차는 시가총액은 2008년 2조2,700억원에서 현재 25조원으로 무려 999.7% 뛰어올랐다.

 이어 파라다이스가 시총을 2,400억 원에서 2조 4,700억 원으로 922.6% 끌어올려 2위를, 3위는 쌍용차(889.2%), 4위는 CJ E&M(713.9%), 5위는 넥센타이어(683.3%)가 차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신세계는 이마트 분사로 시총이 9조900억원에서 2조6,300억원으로 71% 줄었고, 현대상선은 실적 부진으로 4조9,400억 원에서 2조1,200억 원으로 5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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