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대중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로 호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씨에게 묻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노가리라 비하하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던 환생경제를 보면서 엄청 웃으신 적 있죠?"라며 거들었다. 정 의원은 또 박 대통령이 과거 연극 '환생경제'를 관람하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새누리당은 국가 원수를 모독하고 있다고 발끈하는 등 ‘씨’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에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다. 국어사전에 각하를 ‘특정한 고급 관료에 대한 경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군사정권 때 ‘각하’는 대통령 이외에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전용어가 되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각하’라는 말이 너무 권위적이고 군사독재정권의 잔재라는 이유로 대통령을 ‘님’이라고 불렀다. 각하보다는 ‘님’이 훨씬 서민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단어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해 존경의 의미를 담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어찌보면 마땅한 일이다. 특히 유교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선 대통령을 ‘임금님’에 비유하며 더 더욱 호칭에 신경을 쓴다. 우리나라도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대통령의 호칭에 남다른 생각을 갖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씨’ 논쟁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특히 50대 이상에선 대통령을 ‘씨’라고 호칭한 부분에 대해 많은 거부감을 갖는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씨’라는 호칭이 나이 든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거부감을 갖는다.

열린사회 일수록 호칭은 단순하다. 미국에선 대통령을 ‘미스터(mr.)'라고 부른다. 이웃 집 아저씨도 미스터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미스터다. 열린 마음으로 호칭을 받아들이면 ’거부감‘도 없어진다.

우리나라도 이제 ‘열린사회’로 진입했다. 호칭은 자유롭게 붙일 수 있는 조사에 불과하다.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르는 사람이 호칭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씨’ 논쟁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