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선 의원.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로 인한 정치실종과 국정마비 사태가 1년째 지속되면서 국민의 정치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나라경제와 민생을 좌우할 예산심의마저 여야정쟁에 연계될 조짐이 보이면서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는 원성의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대로 여야의 극한대치가 악화되어간다면 정치 파국이라는 불행한 사태마저 우려되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이 비극적 사태의 1차적 원인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양보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집권여당의 일방주의적 정치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야당과의 대화의 창을 닫고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실타래처럼 꼬인 정국을 풀어갈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 자신들의 득표를 위해 스스로가 제안하고 통과시켰던 국회선진화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꼼수를 쓰는 것은 국정운영을 포기하는 발상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이 그 전제입니다. 대화를 거부하고 소통을 포기한 채 오불관언(吾不關焉)한 태도로 일관하는 집권여당의 태도야말로 정치실종의 원인이며,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귝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이 협조를 하지 아니하면, 여당 단독으로 예산국회, 민생국회를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새누리당이 야당의 주장을 무시하며 정치적 반박만을 일삼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도 예산국회, 민생국회를 거부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새누리당은 지금 당장 야당과 대담한 타합과 양보를 통해서 국회 운영을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작금의 정치실종 사태에 커다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민주당은 ‘투쟁하는 야당론’에 입각해서 강경일변도의 투쟁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양보와 타협 없는 집권여당의 일방주의적 행태에 맞선 민주당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투쟁하는 야당론만으로는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민주당의 대여강경투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강경투쟁일변도의 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그러나 강경투쟁을 하면할수록 민주당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는 역설적 정치결과에 대해 성찰해야 합니다. 최근 치러진 경기도 화성 재보궐선거는 국민이 야당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1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정치실패에서도 뼈저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이제는 국회 보이콧과 예산안을 볼모로 해서까지 강경투쟁을 강화해나가는 것은 자칫 민주당은 물론 야권 전체를 자멸의 길로 빠져들게 하는 자충수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야당의 대여투쟁이라는 것은 오늘은 지는 것 같아도 내일 이길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며, 그리고 ‘마지막에 이기는 것이 다 이기는 것’이라는 신념에 입각해야 합니다.

집권여당은 현재에서 과거로 향하는 시간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야당의 시간표는 현재에서 미래로 향하는 것입니다. 야당의 정치전략은 지금은 힘을 기르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야당이 집권여당을 제압하고 무릎 꿇리는 것을 현실의 투쟁목표로 삼고 강경투쟁에 임하는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관철시킬 힘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만 하여 아무런 성과도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정부여당을 도와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야당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야당은 견제만 하는 정치집단이 아니라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결정하는 권리”를 가진 대한민국 절반의 정치세력입니다. 이제 투쟁하는 야당에서 ‘생산적인 야당’ ‘건전한 야당’ ‘협상의 미덕을 발휘할 줄 아는 야당’으로 변해야만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생산적인 야당, 건전한 야당, 협상하는 야당론은 누구보다 많은 정치탄압을 겪었으면서 50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민주당의 상징인 김대중 대통령의 의회주의 원칙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는 국민이 만들어준 합법적인 투쟁의 공간으로 어떤 경우에도 결코 국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민생우선 야당,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을 강조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의회주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때론 손해를 보면서도 양보를 했고, 민생영수회담ㆍ경제영수회담ㆍ안보영수회담을 여당에 먼저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안정을 위해서라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도 중단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김대중 대통령의 의회주의 원칙이 지금 민주당과 야당이 견지해야 할 대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진정 집권세력이 되길 원한다면 50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해 절치부심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의회주의 원칙으로 돌아가 생산적인 야당, 건전한 야당, 협상하는 야당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촉구합니다.

민주당이여! “마지막에 이기는 것이 다 이기는 것이다”는 신조를 가지고 생산적 야당으로 변화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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