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의 '불공정계약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판매목표 설정, 판매지역 제한 조항 등의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를 받은 지 9개월 만에 또 다시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에 따라 국순당은 '갑의 횡포'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한동안 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순당의 물품공급계약서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불공정 약관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정명령 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월 국순당 본사의 '밀어내기' 횡포 등을 고발하며 불공정 약관 심사를 공정위에 요청한 바 있다. 

논란이 된 국순당의 불공정계약서를 살펴보면, 국순당은 대리점과 물품공급계약을 맺으면서 '본사가 대리점에 자의적으로 물품공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물품 공급 중단은 대리점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사안인데, 국순당 측은 객관적인 기준 제시도 없이 임의대로 공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국순당은 지난 4월 신제품 대박막걸리 출시와 함께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에 판매장려금(인센 티브)를 지급한다고 도매점주에게 홍보했다. 도매점주들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주문량을 급격히 늘렸고, 생산량이 한계에 이르게 되자 국순당 측은 "을의 과잉 발주"라며 '판매능력' 이유를 들어 물품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당시 국순당 측은 판매장려금마저 지급하지 않아 도매점주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또 국순당은 물품공급계약서에 반품금지 조항도 포함시켰다. '대리점이 제품을 공급받고 하루가 지난 뒤에는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본사에 반품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 조항의 골자. 이는 본사 측의 면책 조항으로,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반품기한을 7일로 연장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계약서에는 본사가 대리점으로부터 물건값을 받아내기 위해 일방적으로 담보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약관 심사로 대리점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주류도매분야의 불공정거래관행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국순당의 과도한 목표 강제와 거래상 지위남용 등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한편 국순당은 불공정약관을 시정하면서 '갑' '을' 용어를 삭제했다. 국순당은 약관을 바꾸면서 '갑'과 '을'이라는 용어 대신 '국순당'과 '주류판매업자'를 썼다. 올해 대리점을 상대로 한 '갑(甲)의 횡포' 논란을 겪으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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