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베이징 법인장 및 부법인장 조기 교체 파문
'해외 법인 경영진 임기 보장' 금감원 방침 무시 논란

 ▲ 이건호 국민은행장 

KB국민은행이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계속 해외 지점에서 터지고 있다. 도쿄 지점의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 파문에 이어 카자흐스탄 은행의 투자손실, 그리고 가장 최근엔 베이징 법인에서 ‘인사 문제’가 터졌다. 국민은행은 임기가 남은 베이징 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했다가 금융당국의 심기를 또 건드렸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의 해외 인력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제히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 베이징 법인장 조기 교체 파문 

국민은행은 지난 12일 김대식 중국법인장과 백강호 부법인장을 교체하고 신임 법인장에 김종범 베이징 지점장을 승진 발령 조치했다. 김 중국법인장은 임기가 3개월 가까이 남아있었고, 백 부법인장은 임기가 무려 1년 이상 남은 상황이었다. 조기 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국민은행의 조기 인사는 중국 금융당국과 금융감독원의 심기를 동시에 불편하게 했다. 그간 중국 금융당국은 한국계 금융사 현지 법인들의 잦은 인사교체를 지적해왔고, 이같은 의중을 금감원 측에 넌지시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해외 점포에서 문제를 일으켜 조사 대상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해외 인력 운용 지도 방침까지 정면 거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7일 주요 시중 은행에 해외 현지 법인 직원의 임기를 보장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일괄 교체도 하지 말라고 지도했다. 그런데 지도가 전달 된지 채 일주일도 안된 상황에서 당국의 지도 방침에 배치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새 법인장의 중국 당국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해 인사를 앞당긴 것”이라며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도 중국 측과 사전 협의를 진행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배치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

◇ 금감원, 베이징 법인 점검

 

하지만 금감원의 생각은 달랐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해외 인력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베이징 법인장 및 부법인장 조기 교체 과정에서 부당한 인사 개입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진다. 단, 전 해외점포로 확대 조사를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국민은행이 이번 인사를 단행한 배경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체제에 있던 사람들을 물갈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전격 교체된 법인장과 부법인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최대 학맥으로 손꼽혔던 고려대 출신 인사였다.

한편 이번 인사 조치를 단행했던 KB금융 경영진들은 금융당국의 조사로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금융당국이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국민은행 도쿄 지점이 20여개 현지 법인에 1,70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해준 사실을 적발했다. 특히 도쿄지점장이 이를 승인해주고 받은 수수료 가운데, 일부인 20억원이 국내로 흘러들어온 정황을 포착했다. 금융당국은 이 돈이 국민은행 경영진들의 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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