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돈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걸핏하면 ‘횡령’ 사건이다. 그것도 수억원에서 100억원대까지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다름 아닌, ‘새마을금고’ 얘기다. 얼마 전 부산 영도구의 한 새마을금고 임원이 30억원을 횡령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밀양지역 새마을금고의 임원이 100억원에 가까운 공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터졌다. 도대체 얼마나 관리가 부실하길래 임직원들이 제 돈 쓰듯 빼낼 수 있을까.

▲ 새마을금고연합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밀양경찰서는 새마을금고 밀양 하남 업무총괄부장 A씨(46)를 94억4,6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21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94억4,600만원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 21일까지 무려 3년여 동안 고객 예금을 자기 주머니돈처럼 마구 꺼내 쓴 것이다. 범행 수법도 대범했다. 한 번에 1,000만원에서 5억원씩, 3년 동안 30회에 걸쳐 94억여원을 빼돌렸다.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문서(잔액증명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A씨는 당초 잔액증명서에 숫자나 문자 등을 오려 붙여 재복사하는 방법으로 위조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스캔 후 컴퓨터작업으로 내용을 변경한 후 컬러 복사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등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교묘하게 범행 사실을 은폐했다.

A씨는 이렇게 빼낸 돈의 대부분을 주식투자에 썼다. 빼돌린 94억원 중 주식에 들어있던 30억원 행방은 확인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오리무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이러한 새마을금고의 횡령·배임사고가 어제오늘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지난 1월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여직원이 단골 고객의 도장을 이용해 3년간 16억 원을 빼돌리다가 적발됐고, 5월에는 청주의 한 새마을금고 상무가 고객 돈 6억원을 수 년간 빼돌리다가 파면 당했다.

부산 영도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상무로 근무하던 임원은 2003년부터 고객 21명의 대출상환금 12억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예금주가 관리를 부탁한 8,000여만 원을 임의로 인출해 개인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고객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대출금액을 증액하는 방법으로 16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새마을금고의 횡령 사건은 오히려 해가 지날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진선미 의원(민주)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년 1월~2013년 7월) 새마을금고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 비위행위에 따른 금융사고는 총 21건으로 피해액만 무려 266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 들어 7월 말까지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 비위행위로 인한 금융사고는 7건, 피해액은 101억1,100만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4건의 횡령사고에 31억8,000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반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금융사고 건수는 2배, 피해액은 3배 이상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돈을 믿고 맡기는 고객 입장에선 도대체 금융기관에서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관리감독을 어떻게 하길래 임직원들 횡령과 비리사건이 이처럼 ‘폭주’하는 것인지 비판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가 잦은 가장 큰 이유는 ‘감시가 소홀’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나 신협 등은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데 반해, 새마을금고는 안전행정부 소속이라 금감원 대신 새마을금고 중앙회(회장 신종백)가 자체 검사를 한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A씨의 횡령 사실을 적발해 낸 것도 중앙회 측이라며 “그만큼 관리감독에 철저하다”고 되레 큰소리를 친다. 실제 이번 사건은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각 지점을 돌며 예치금을 넣어 줄 것을 독려하며 잔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돈이 빈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A씨가 고객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무려 3년간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잡아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최근 적발된 지방 새마을금고 횡령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고객 돈을 빼돌린 임직원들은 최소 몇 년씩 제 돈처럼 주물렀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막상 결과를 놓고 보면, 중앙회가 제 식구 비리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셈이 된다.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이라고 광고하던 새마을금고가 ‘서민에게 제일 위험한 금융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한편 100억원대 횡령 소식이 알려지자 밀양시 하남읍 새마을금고는 조합원과 예금주들 수백명이 몰려 200여억원을 인출해가는 무더기 인출사태를 빚고 있다.

경찰은 긴급체포한 A씨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