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3일 오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해군의 세 번째 차기호위함인 '전북함' 진수식이 거행되고 있다. 이날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회장제’를 부활 시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12월 민계식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회장을 비워두고 있었으나 2년 만에 회장과 사업 총괄사장제를 도입, 책임경영 체제 확립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은 21일 이재성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대부분 사장 체제로 운영돼왔다.

이번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성 사장은 1952년생으로, 중앙고-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선물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는 고교 및 대학교 동문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과 사촌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는 사돈 관계다. 
 
이재성 신임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4년 만에 회장으로 오르게 됐다. 이 회장은 역대 현대중공업의 CEO 중 6번째 회장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회장직 부활과 함께 ‘총괄 사장직’을 신설했다. 그동안 부사장, 전무급들이 담당했던 각 사업부문도 2개로 통합해 사장급이 직접 관리토록 했다. 조선·해양 부문과 엔진·건설장비 부문 사장이 각각 총괄 사장이 됐다.

김외현 조선·해양부문 사장이 조선·해양·플랜트 사업 총괄사장을 맡았고, 김정래 현대종합상사 사장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와 엔진·전기전자·건설장비·그린에너지 사업 총괄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건종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그룹 법무감사실장에서 그룹 준법경영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갑작스런 변화에 대해 최근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원전 납품비리 등으로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를 바로 잡고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 표명이란 풀이가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원전 납품비리로 임원 3명이 구속되고 협력업체 금품수수 의혹 등 임직원 비위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윤리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책임경영 확립을 통한 '위기 극복'도 목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0년에 수주한 저가 물량 해소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됐다. 이로써 이 신임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6대 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지난 3분기에는 전년대비 적자전환한 1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재무·전략통인 이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해 수장자리에 앉힌 것은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특히 부회장직을 거치지 않고 바로 회장직을 맡긴 것은 총괄책임 경영체제를 확립, 현재 현대중공업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회장 및 사업 총괄사장제를 도입해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함으로써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국제적 기준에 맞는 준법경영을 통해 선진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고자 기존의 윤리경영과 감사기능을 통합해 사장급이 직접 준법경영을 관장하도록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내달 초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의 임원 승진 여부가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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