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가스누출 사고… 1명 사망, 8명 부상 '충격'
정몽구 회장 방문 3일 후, 게다가 신차 발표날 사고… 정몽구 회장 ‘분노 폭발’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에서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이중 3명은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사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이날 사고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당진공장 현장경영에 나선지 불과 3일만에 일어난 참사라는 점에서 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26일 오후 6시2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그린파워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들을 구출하는 모습. (사진=당진소방서 제공)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6일 오후 7시25분쯤인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현대제철 당진공장 현대그린타워발전소에서 보일러 배관정비작업을 하던 근로자 A씨(51) 등은 작업 중 새어나온 부생가스에 중독되는 피해를 입었다. 부생가스는 쇳물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고로 A씨가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A씨가 부생가스에 중독돼 쓰러지자 나머지 8명이 도와주러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근로자 9명 가운데 3명만 가스경보기를 착용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가스경보기 미착용이 인명피해의 직접적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등과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이고, 가스가 어떤 경로로 유출돼 인명피해를 냈는지와 이 과정에서 작업 관련자들의 안전조치 소홀 여부를 가리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 인명사고 올해만 벌써 2번째… '죽음의 공장' 전락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제3고로 공사와 관련해 아르곤가스가 누출되면서 협력업체 직원 5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인명 사고가 터진 셈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감전, 추락, 끼임, 질식 등 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이날까지 총 11명의 근로자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사고에 대한 정확한 경찰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만 본다면 이번 사고 역시 ‘소홀한 안전관리’가 원인으로 보여 진다. 그렇게 될 경우,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이번 사고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당진공장 현장경영에 나선지 3일만에 일어난 참사라는 점에서 주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3일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 신차 발표를 앞두고 현대제철을 방문해 자동차 강판 공정 등을 직접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현대하이스코 당진 제2냉연공장 등을 찾아 주요 설비를 돌아보고, 제네시스에 들어가는 초고장력 강판의 품질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 '품질경영' 챙기다 '안전경영' 놓친 정몽구

정 회장이 당진공장까지 직접 내려가 품질경영을 당부한 것은 새롭게 출시될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감과 애착 때문이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 출시를 계기로 해외시장에서의 현대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맨 오른쪽)은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3일 전인 지난 2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현대하이스코 당진 제2냉연공장 등을 방문해 초고장력 강판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품질을 점검했다. (사진= 현대제철 제공)

게다가 사고가 발생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신형 제네시스 신차 발표회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 정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제네시스 신차 출시를 기념하며 건배를 하고 있었다. 정 회장의 '야심작' 공개되는 날이기도 한 이날, 그룹 계열사 한쪽에선 날벼락 같은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제네시스 발표 현장의 축제 분위기가 색이 바랜 것은 물론, 정 회장의 원대한 플랜도 적잖이 김이 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히 ‘노동부’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일련의 품질 현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비롯한 R&D 부문 고위 임원들을 경질시킨 바 있다. ‘품질경영’만 강조하다 ‘안전경영’은 놓쳐 버린 정 회장이 이번엔 어떤 칼을 꺼내들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제철 측은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현대그린파워발전소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현대제철로부터 구입해 전력을 생산, 판매하는 별개의 사업자이기 때문에 현대제철과 이번사고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그린파워발전소는 현대제철과 중부발전이 각각 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번 안전사고가 현대제철 공장 내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에서 책임을 완전히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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