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주홍 민주당 의원.
문재인 의원이 사실상의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물론 그건 그의 자유다. 그러나 나는 반대다. 지금까지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으로는 또다시 후보가 된다한들, 이변이 없는 한, 또다시 패배할 것이 자명해보이기 때문이다.

대선 재출마 얘기하기 전에 그에게는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첫째, 그는 ‘자기지지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임을 국민 앞에 새롭게 보여주었어야 한다. 그는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나서의 첫 공식일정으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고, 김대중 대통령 단 한 사람 묘소에만 참배하고 나왔다. 민주화세력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산업화세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는 다시 국립묘지에 가야 한다.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묘소에 모두 참배부터 하고 와야 한다. (존경하라는 말이 아니다. 인정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제 그는 스스로 ‘50% 대한민국’의 후보임을 보여주었던 그 ‘원죄’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 (‘100% 대한민국’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저 모양 저 모습인데, 50% 대한민국의 그가 청와대 들어갔으면 뭐가 되었을 것인가?)

둘째, 안철수 후보와의 ‘아름다운 단일화’ 실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과정에서 받은 안의원의 지지(물론 미흡한 지지였다고 불만이시겠지만)에 대해 안의원측에 유감과 사의(謝意)의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했어야 한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는 서로 단일후보가 되겠다고 티격태격하다, 결국 안의원측이 포기 또는 양보했고, 문의원측이 제압 또는 장악한 결과가 되었다. 문의원이 갚아야 할 정치도의적 부채(박원순 당시 시장 후보가 안의원에게 갚아야 할 부채에 비하면 더 작을지라도)가 없지 않을 것 같은 데,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문의원의 진지한 입장을 들은 바 없다. 이렇게 한다면, 이것은 다시 한번 패배경로를 밟는 일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셋째, 문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자기 주변과 자기 자신의 것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았던 편협성에 대해 뉘우침이 있어야 한다. 당시 당내 대선 경선 공정성 확보와 당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이해찬 당지도부에 대한 결단 요구가 빗발쳤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주위 친노 측근들의 희생 결단도 그는 거부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것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았다. 끝까지 의원직을 붙들었고, 친인척 관리에 대한 엄정한 입장표명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박근혜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처럼 자신과 자기 주변의 것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집착으로 다시 대통령직에 집착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고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지 않다.

넷째, 지금의 민주당내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서 언급되는 후보군들 중 문의원은 가장 뒤늦게 대선 얘기를 들먹여야 할 사람이었다. 지금 민주당내 다른 예상후보들, 예컨대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정세균 등 그 어느 후보도 차기 대선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는 판에, 지난 해 당내 경선 최종 승리자가 되어,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온갖 영광(온갖 고난과 고통도 있었겠지만)을 한 몸에 누린 문의원이 유독 가장 먼저 또 한번 내가 후보가 되고 싶다,고 나서는 모습은 너무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다섯째, 과연 지금이 4년도 더 남은 대선 얘기를 할 만큼, 대한민국 상황이 정상적이며, 민주당 상황이 여유로운가를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극한 대치로 국회와 정치가 실종되고, 국민의 정치 염증이 극에 이르렀고, 그 한 축인 민주당은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면서 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당 대표는 정권과의 투쟁에 직을 걸고 있는 유례없는 비상상황이다. 이 같은 당 안팎 상황에 문의원의 책임은 두 가지 점에서 절대적이다. 우선, 그는 민주당 강경노선에 늘 지침(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 NLL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선도했고, 박대통령을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규정했었다. [문의원은 지난 10월 23일 성명에서 “국가권력기관의 댓글 개입의 수혜자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하더니, 어제(11월 30일)는 자서전(초록)에서 지난 대선 패인이 “자신의 준비부족과 관권개입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묻고 싶다. 문의원은 박근혜 지지표 1,577만표 중 단 1표라도 부정행위로 잘못 간 표가 있었다는 걸 입증해보라. 문의원의 합리적 판단기준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불법 댓글이 120만 건이니까 대선 표차 108만 표를 능가한다는 ‘문재인식 셈본’으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들(민주당)을,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그런 얘기를 늘어놓는 지도자를 가진 우리들을,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감정의 과잉 노출은 국민 지지의 이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또 그는 천주교 전주교구 신부들의 일탈 발언에 대한 유감표명은 하지도 않은 채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만 공격함으로써 유리할 게 없는 ‘종북논쟁’의 불길에 민주당이 끌려 들어가게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금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당에 힘을 싣기는커녕, 자기 대권욕심만 챙기고 있다. 이는 당에 대한 그의 예의가 아니다. 또 하나, 이 여야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해소할 책임과 영향력이 있는 이가 바로 문의원 자신이다. “자, 덮자, 이제 털자, 미래로 가자!”하고 나옴으로써 당의 부담을 덜어주고, 이 나라를 이 수렁에서 꺼낼 수 있는 당사자가 그다. 그런데 그는 이 역할은 마다한 채, 민주당을 강경노선으로 유도하며, 마치 자신의 대선 패배가 국가기관 댓글 때문인 것처럼 오도시키는 한편, 이 정쟁 위기국면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는 심증을 굳힐 적기(適期)로 활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이 극한 대치국면의 수습책임과 능력이 있는 그가 당과 정국을 벼랑으로 몰아넣어온 와중에 차기 대선얘기나 하는 일은 공감보다는 공분 대상이기 십상이다.

요컨대, 지금의 문재인 후보로는 안 된다. 마치 김대중에게 패배한 이회창이 이인제 때문이었다며, 억울하다며 5년 내내 대권 욕심 부리다가 노무현에게 무릎 꿇었던 사례를 정독할 필요가 있다. 한번 패배했으면 자중해야 한다. 손학규 후보는 당내 경선 패배한 것 가지고도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 그 논리라면 문후보는 대죄인이라고 해야 할 사람 아니냐. 정권교체를 원했던 국민들이 60%를 넘었던 그 절호기(絶好機)를 스스로의 집착과 편협함으로 상대 후보에게 진상해버린 장본인이 아니었더냐?

차기 대선은 안철수나 손학규나 정동영이나 김두관이나 정세균이나, 그밖의 유망주들이 뛰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적어도 문의원은 안철수나 손학규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그 분들에게 기회가 열리기를 바란다는 정치적 배려와 예우를 먼저 갖춰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과 당원들의 마음을 새로 얻을 수 있다. 오히려 그럴 때 사람들이 먼저 “문재인, 문재인!” 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스스로 내가 또 한번 해보고 싶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인간적으로 곤란한 일이고, 도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전략적으로 어리석다.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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