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권력지형의 한 축을 맡고 있던 장성택이 실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과 귀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성택 실각설이 전해진 것은 지난 3일이다. 안보당국과 국가 고위관계자들은 최근 장성택이 실각했고, 그의 측근 인사들은 공개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처형된 이들은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장성택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이다. 김정은에게는 고모부다. 북한의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김일성 일가와 피가 섞인 것은 아니지만, ‘왕가’의 일원으로서 오랜 세월 북한 권력층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허나 장성택에겐 시련의 계절도 적지 않았다. 김경희의 남편이라는 점은 그에게 큰 장점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견제가 끊이지 않게 하는 요인이었다. 2004년에는 북한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분파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되기도 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당 중앙위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뒤 이듬해 당 중앙위 부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건재함을 드러냈다.

장성택은 김정은 후계체제에서 핵심적인 인물로 떠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을 부인 김경희와 함께 보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장성택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국방위 위원으로 선임되며 김정은 시대 핵심 엘리트라는 점을 과시했다. 그는 당·정·군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지난해 8월 홀로 중국을 방문해 국가수반급의 예우를 받는 등 승승장구했다. 김정은 정권 첫해는 장성택에겐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기간이었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막후에서 김정은을 조종하며 최고권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기 제기됐다. 오랜 세월 북한의 핵심 권력층이었다는 점과 김정은의 고모부라는 특수성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장성택 신변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김정은 수행 횟수는 북한 인사들의 중요한 권력 척도다. 이를 두고 장성택의 권력에 힘이 빠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리고 결국 장성택이 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에 이른 것이다.

◇ 최룡해 전성시대 도래하나

물론 장성택 실각설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장성택이 대표적인 ‘친중파’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를 밀어내는 것이 북한에게 부담스러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정은의 혈통을 인정해줄 ‘집안 어른’인 김경희의 남편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측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고, 중국이나 미국도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장성택 실각설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최근 몇 년 새 가장 큰 권력요동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한동안 북한에서는 권력층에 대한 숙청이 잇따르는 등 권력 재편이 이뤄졌다. 김정일의 운구차를 호위했던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등 군부 인사들이 모두 숙청됐고, 최룡해가 ‘김정은의 남자’로 급부상했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최룡해는 김정은 후계체제부터 떠오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김정은 시대가 막이 오른 뒤에는 짧은 기간에 주요 요직을 섭렵하며 ‘장성택의 라이벌’로 부상했다.

사실상 장성택과 최룡해는 김정은 시대 2인자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왔다. 장성택이 당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최룡해는 군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또한 장성택은 경제 분야에 있어서 개방과 실리를 추구한 반면 최룡해는 강경파에 가까웠다.

때문에 장성택의 실각이 곧 최룡해가 권력 투쟁에서 승리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 경우 북한 권력층에서는 당분간 적잖은 파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요직에 남아있는 ‘장성택의 인물’에 대한 숙청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제3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최룡해가 사실상 2인자 자리에 오를 경우 북한의 행보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그가 강경파라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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