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대표이사 발행인.
새 정권이 들어서면 ‘허니문’이란 게 있었다. 새 정권이 집권한 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이 허니문 기간이다. ‘허니문’은 꿀같이 달콤한 달이라는 뜻으로 결혼 직후의 즐겁고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허니문 기간 동안에는 언론 뿐 아니라 정치권도 집권한 대통령에 대해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게 관례였다. 집권한 대통령은 이 허니문 기간을 최대로 활용, 향후 국정운영의 지렛대로 삼았다. 강력한 정책추진도 주로 이 허니문 기간에 집중됐다.

이같은 허니문의 관례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집권 때였다. 김 대통령은 이른바 ‘DJP 연합’에 의해 탄생했다. 초대 총리로 김종필씨가 내정됐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야합’이라며 국회 총리인준을 거세게 반대했다. 이로 인해 김종필 씨는 ‘총리서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총리직을 수행했다.

과거 정권 때엔 ‘허니문 기간’을 인정, 새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국회에서 대부분 승인해주는 게 관례였다. 이 때부터 이같은 관례가 깨지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이들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노 대통령은 결국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선거개입 의혹을 산 노 대통령의 발언이 탄핵의 사유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집요한 공격이 자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허니문을 즐기지 못한 대통령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로 인해 당시 야당과 진보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집권 내내 촛불집회의 악몽을 떨쳐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허니문 없는 대통령’ 반열에 올랐다. 집권 1년차에 터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으로 야당인 민주당과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집권세력 입장에선 ‘허니문’은 좋은 보약이다. 국민 뿐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이 비교적 관대한 입장에 서서 바라볼 때 힘을 갖고 어렵고 까다로운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어서다.

사실 집권한 대통령이 강력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집권한 뒤 1년 동안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자 민주당에서조차 “6개월 이내에 중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을까.

새 정부가 ‘허니문 기간’을 갖는 건 좋은 전통이다. 새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약한 정책들을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전통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이런 전통이 우리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오직 정권창출에만 목을 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목표’만 중요시되고 ‘과정’은 도외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집단은 열린 귀를 가져야 하고, 실패한 집단은 인정하는 미덕을 가졌을 때 ‘허니문의 전통’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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