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올해 1~3분기 내부거래율 전년 대비 170% 증가
주요 대기업 내부거래율 감소 노력과 다른 행보 '빈축'

 
재벌그룹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계열사 간 사업구조 개편이나 계열사 합병을 추진하는가하면 외부 경쟁 입찰을 실시해 내부거래율을 낮추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내부거래 줄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효성그룹의 경우 내부거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재벌그룹 3곳 중 2곳은 내부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벌 총수가 있는 그룹 중 분기별 기업집단현황고시를 하는 36개 그룹 가운데 62.3%인 23곳은 올해 1~3분기 내부거래가 감소했다.

◇ 대기업 내부거래 감소세
    
효성그룹은 상승세 

삼성그룹 경우 올해 1~3분기 내부거래 규모는 8조5,8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조1,253억원)보다 9.6%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내부거래 규모가 16조9,596억원으로 작년 동기(17조1,253억원)보다 1.0%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SK(-5.6%), 현대중공업(-35.0%), GS(-46.4%), 한화(-27.4%), 두산(-15.7%) 등 7곳의 내부거래가 줄었다. 이외에 STX(-63.8%), 웅진(-80.7%), 신세계(-24.3%), 대림(-13.7%), 금호아시아나(-11.6%), 코오롱(-5.6%) 등도 감소폭을 보였다.

이는 경제민주화 바람,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여론의 따가운 시선 등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내부거래율 낮추기에 나선 탓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 연매출의 30%를 초과하는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중 지분을 3% 넘게 보유한 이들에게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사업구조 개편 및 합병, 외부 경쟁 입찰 실시 등을 통해 내부거래 감소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내부거래 감소 움직임’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LG17.8%), 롯데(16.5%), 한진(1.4%), 현대백화점(15.2%), 현대(12.3%), 한진중공업(46.2%), 동양(69.9%), CJ(28.6%), 동국제강(17.6%) 등도 내부거래가 증가했다. 
 
특히 효성그룹의 경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효성의 내부거래 규모는 작년 1∼3분기 374억원에서 올해 1∼3분기 1,013억원으로 170.8% 늘었다. 금액으로만 보면 타 그룹에 비해 크지 않지만, 상승폭이 워낙 커 내부거래율 감소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효성 3형제 회사 일감몰아주기 논란

그간 효성그룹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계열사들로는 신동진, 공덕개발, 트리니티에셋매니저먼트, 노틸러스 효성 등이 있다. 이중 3곳은 부동산임대 업체로, 효성그룹의 계열사들의 건물 임대 등을 담당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임대 업체인 신동진는 지난해 매출 117억원 가운데 75억원을 계열사로부터 거둬 내부거래 비중이 63.90%에 이르렀다. 이곳은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지분 80%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10%, 3남 조현상 부사장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진은 효성캐피탈로부터 200억원을 대출받아 건물을 짓고 이곳에 입주한 효성 계열사에게 임대료 수입을 챙긴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검찰은 최근 효성캐피탈이 총수일가에게 사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이같은 대출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도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회사로, 조 회장 일가의 회사다. 이곳은 지난해 기준 매출 44억원 중 33억원(73%)을 계열사에서 거뒀다. 이곳의 지분 역시 조현준 사장 80%, 조현문 전 부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각각 10%를 갖고 있다. 
 

 ▲조현준 효성 사장(좌), 조현준 전 부사장(가운데), 조현상 부사장(우)

공덕개발도 지난해 매출 64억원 중 57억원을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여 내부거래 비중은 88.27%이 달했다.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이 이 곳의 지분을 75%와 25% 씩 보유하고 있다. 

IT 계열사인 노틸러스 효성의 경우 지난해 매출 5,287억원 중 1,856억원(35.11%)을 계열사로 부터 거둬들였다. 노틸러스 효성의 총수 일가 지분은 42.38%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들 회사들이 ‘총수일가의 곳간 채우기 용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비판 여론이 따가웠음에도 효성그룹에게서 변화의 움직임은 확인해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올해 오히려 내부거래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곱지 않은 시선은 더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효성그룹 측은 이러한 지적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모습이다.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조 회장의 검찰 소환 소식이 전해진 효성그룹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10일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통보했다. 조 회장은 1조원대 분식회계를 벌여 세금을 탈루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이 때문에 효성그룹 측은 조 회장의 소환조사에 대응하는데 바쁜 모습이었다. 내부거래 증가와 관련된 질문에 효성관계자는 “아시다시피 오늘 회장님의 소환조사 통보가 전해져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답변한 뒤 현재까지 회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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