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의 11월 판매실적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만 총 10만1,416대를 팔았다고 한다. 현대차는 11월에만 5만6,005대를 팔았고, 기아차는 4만5,411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7.3%나 증가한 수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발표자료를 살표보니 특히 기아차의 활약이 돋보였다. 기아차는 4만5,411대를 팔았다. 전년동월 대비 10.6% 증가한 규모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깜짝실적’에 지난 10월부터 미국시장에 선보인 2세대 ‘쏘울’의 활약이 컸다고 강조했다. 쏘울은 지난 11월 한 달간 미국 시장에서 총 1만2,870대가 팔려 기아차 전체 차종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 내 기아차 전체 판매량(4만5,411대)의 28.3%에 달하는 수치다.

언론들은 기아차 쏘울이 미국에서 대박이 났다고 너나없이 기사를 내보냈다. 신형 쏘울을 앞세운 기아차가 형님 격인 현대차를 제치고 큰 폭의 판매 증가세를 일궈냈다고도 추켜세웠다.

그런데 업계 일각에서는 기아차의 이 같은 ‘성적표’를 두고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깜짝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홍보했던 기아차가 일종의 ‘꼼수’를 통해 매출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서다.

공교롭게도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서는 기아차의 ‘깜짝 실적’에 담겨진 ‘꼼수’를 공개했다.

오토모티브뉴스에 실린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기아차는 11월 결산 마감일인 지난 12월 2일, 딜러들에게 긴급한 공문을 넣었다. 당시 마감시한을 약 11시간 정도 남겨둔 상태였다. 공문의 내용인 즉, 이날 판매됐다고 보고되는 2013년형(구형) 쏘울에 대해서는 대당 1,800달러(약19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것. 1만4,400달러부터 시작하는 쏘울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대당 12.5%를 일시에 깎아주는 셈이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벌어진 ‘깜짝 이벤트’에 딜러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늦게 받은 딜러들은 더욱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마감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고객들에게 차를 팔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급기야 딜러들은 차를 팔았다고 먼저 보고한 다음, 나중에 고객에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는 이렇게 주문받은 판매량을 11월 판매실적에 반영했다. 아직 고객에게 판매되지도 않은 차를 판매량에 넣은 것이다. 실제로 판매되지 않은 차가 판매 실적에 집계된 사례는 흔치 않다. 딜러들 역시 이번 프로모션이 흔한 형태가 아니라며 무척 당황스러워했다고 오토모티브뉴스는 전했다.

물론 기아차의 이번 프로모션이 11월 판매실적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호황인데다, 블랙프라이데이 특별할인 등 여러 호재가 동시에 작용한 덕분도 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깜짝 프로모션’이 기아차의 실적향상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실적마감 시간이 임박해 파격할인과 파격인센티브를 제시할 정도로 판매량 확보에 절박한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미국 내에서의 잇단 리콜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해졌고, 이는 결국 실적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소비자 조사 기관 컨슈머리포트 신차 품질 신뢰도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28개 브랜드 중 21위와 16위를 기록해 각각 평균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기아차는 물론 현대차도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적잖은 부진을 겪었다. 현대차는 전년에 비해 2%밖에 성장하지 못한 60만1,773대를 팔았고, 기아차는 4% 줄어든 45만6,137대의 실적에서 그쳤다.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두 자릿수 내지 10%에 가까운 성장을 보인 것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다.

기아차는 이날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주문을 위한 특별 코드까지 부여했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기입하지 않아도 판매됐다고 인식하고 공장 재고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쓴 것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드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품질경영, 그리고 그에 따른 브랜드고급화가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변칙을 동원한 기아차의 이 같은 고육지책이 또다시 반복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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