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섭 민주당 의원.
오늘(19일)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국민들에게 “지금 행복하시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고 10개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경제는 어렵고, 대한민국 경제 어디에서도 훈풍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양극화에 덫에 걸려있는 한국경제의 속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내과적 처방과 더불어 경제의 ‘틀’을 바꾸는 긴급한 외과 수술이 시급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새 정부에 걸맞지 않는 낡은 정책기조와 산업사회 때나 유효했던 해묵은 정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아랫목이 따뜻하면 윗목도 조만간 따뜻해질 것이라는 낙수효과에 기댄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을 펼치면서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는 버티기 전략과 미봉적인 단방약 처방만 내리고 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빈곤탈출을 위한 ‘산업화’, 억압체제 극복을 위한 ‘민주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세계화’ 등의 시대정신을 순차적으로 해결하며 성장해 왔다. 얽히고설킨 수많은 요인에 의해 부대끼며 굴러가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어느 시기이든 당대에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바로 ‘시대정신’이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시대정신은 바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 국가’이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와 이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이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내과적 조치이다.

그러나 신규순환출자 금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등 불과 1년 전 박근혜 후보가 그렇게 큰소리치던 공약들이 도미노식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여건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만 바뀐 것이다.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내과적 처방에 추가하여 경제의 틀과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외과적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경제정책 몇 개를 바꾼다고 해결될 단계를 이미 지났다.

우선 정부는 경제정책의 중심을 GDP 위주의 ‘묻지마 성장’에서 벗어나 사람 위주의 ‘국민행복’에 두어야 한다. 물질과 성장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물질과 성장으로 다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경제가 사람을 향하면 세상의 인심 또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게 된다.

둘째로 ‘좋은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내수를 활성화하여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 일자리→복지→성장이 선순환하는 사회통합적 일자리 정책을 통해 고용률 70%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셋째 시장만능주의를 버리고 재정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의 위험성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적절한 시장개입과 함께 시장의 실패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서민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부자감세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MB정부 5년과 박근혜정부 2년, 보수정권 7년 동안에 재정적자 규모가 148조원에 이르고 국가채무도 216조나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가면 박근혜정부 임기 중에 재정파탄은 불가피하다.

네 번째로는 내수비중을 확충해서 해외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전천후 경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천수답처럼 해외시장만 쳐다보는 대외의존형 ‘천수답 경제’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남한 중심의 사고틀에서 벗어나 ‘한반도 중심 경제’를 설계해야 한다. 성장 딜레마에 빠져있는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이다.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여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MB정부 이후 남북한 대립구도는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만 심화시키고 있다.

박근혜 시대 1년,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하지도 않고 대한민국 경제는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국민행복중심 경제, △좋은 일자리 창출, △재정의 역할 강화, △전천후 경제로의 전환, △한반도 중심 경제를 통해 경제 ‘틀’을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질 좋은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거품성장에서 안정성장으로, 양극화 성장에서 동반성장으로, 고용없는 성장에서 고용 창출형 성장으로, 수출 주도 성장에서 수출과 내수 균형성장으로 성장의 구조를 바꿔가자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어쩌면 4년의 임기가 남았으니 ‘아직은 괜찮다’고 느긋해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이 우리 경제가 정책기조를 바꿀 마지막 기회이다. 더 늦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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