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현대백화점, 연초부터 고객 동원 '실적 부풀리기' 구설
“사실무근, 정상적인 결제 이뤄졌다” 현대백화점 의혹 정면 반박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은 2일 정 회장이  연탄  배달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안팎의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가매출 관행에 고객까지 동원, ‘실적 부풀리기’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하고 나섰지만,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까지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던 정 회장으로선 난감한 구설이 아닐 수 없다.

“경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따른 경영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야 한다.”

지난 2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낡은 관행의 타파’를  외쳤다. 같은 날 연탄배달 자원봉사를 새해 첫 업무로 수행하며 의욕적인 출발을 알렸다. 그런데 정작, 정 회장은 연초부터 ‘실적 부풀리기’ 구설로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렸다. 

◇ 연초부터 '가매출' 구설수

6일 <노컷뉴스>는 “현대백화점의 일부 매장에서 고객의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재승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수법으로 ‘실적 부풀리기’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가매출 관행에 고객까지 동원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A(41)씨는 아내의 신용카드 결제 명세서를 정리하던 중 수천만 원의 카드빚을 발견했다. 매달 결제 총액을 확인해왔음에도 해당 빚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와 현대백화점의 해당 매니저가 결제 기일을 앞두고 카드승인을 취소했다가 재승인하는 이른바 ‘날짜교체’를 한 탓에 해당 결제액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런 수법을 쓰면 취소했던 금액 분은 당장 결제해야 하는 금액에 포함되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다.

매달 결제 총액만 확인하고 고지서나 관련 내용을 살피지 않았던 A씨는 관련 내용을 몰랐다는 것. A씨는 아내가 이 백화점 두 곳의 매장에서 결제 취소, 재승인을 반복했고, 현재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해당 매장이 목표매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아내가 남편 모르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 것 같다”며 “한두 번이라면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매니저가 잠깐 실수한 것으로 이해하겠지만 2년여 동안 했다면 매출 증대를 노린 매니저도 아내와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백화점 업계에서 ‘가매출 관행’ 논란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매장 매니저와 직원들이 백화점이 요구하는 목표 매출을 맞추고자 거짓 매출을 잡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는 그간 심심찮게 흘러나온 바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날짜 교체’ 수법도 당일 매출이 기준보다 낮을 때 사용되는 가매출 관행 중에 하나”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측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A씨 부부는 연간 1억원 가량 상품을 구매하는 우수고객으로 지난해 5월 26일까지 카드대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해왔다”며 “이전에 A씨의 부인 혹은 A씨 부부가 함께 매장을 찾아 이전 구매상품의 일부를 변심 등의 사유로 취소하고 새로운 상품을 추가로 구입하긴 했지만, 지난해 5월까지 카드 대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결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지난해 6월 26일 A씨 부부의 가족카드(각자 1개씩 백화점카드 소유) 대금결제에 대한 첫 연체가 발생했고, 7월 26일 부로 A씨 부부의 가족카드에 대한 사용 중지 조치를 했다”며 “현재 A씨를 상대로 ‘장기 연체에 따른 소송을 접수해 놓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고객 부부, 브랜드 매니저 등 3자의 거래관련 제반행위는 카드사용이 중지된 지난해 7월 26일까지는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가매출을 위해 고객들을 동원하지 않았고, 고객의 요구에 대해 부정한 방법으로 매출 날짜를 조작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이번 사태에 현대백화점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발끈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초부터 구설에 휘말려 이미지를 실추했기 때문이다. 이는 가뜩이나 실적부진으로 업계의 불안한 시선을 받고 있는 현대백화점으로선 난감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 시험대 오른 정지선 회장 경영리더십

정지선 회장이 2003년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0년이 흐른 지금, 현대백화점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장 점유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3년 29.7%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은 2010년 20% 벽이 무너지더니 결국 신세계에 업계 2위 자리를 내줬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의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9.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어드는 등 수익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같은 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11.0% 감소해 584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4분기 전망 또한 밝지 못한 처지다.

여기에 매출이 부진한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선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장을 철수하고 있는 모습까지 보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 회장의 경영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피어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5년만에 수장을 교체하며 침체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정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다부진 각오를 전한 것도 이런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정 회장의 경영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정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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