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취임한 황창규 KT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황창규 신임 KT 사장이 27일 정식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최종내정자로 발표된 지 42일 만이다.

전임 이석채 사장이 그리 좋지 못한 모습으로 떠나간 탓에 차기 KT 수장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황 사장이 최종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낙하산 인사’는 아니라는 점과 유능한 CEO 출신이라는 점에서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이후 황 사장은 특별한 외부활동 없이 KT를 이끌 준비를 해왔다. 겉으로 드러난 활동은 내정 이틀 뒤 광화문 KT사옥에 등장한 것과 노조위원장을 독대한 것 정도가 전부였다. 그는 대체적으로 조용히 연말연시를 보냈다.

허나 KT는 안팎으로 결코 조용하지 못했다. 황 사장의 취임을 앞두고 그에게 부담이 될 만한 구설도 잇따랐다. 이제 닻을 올린 ‘황창규 호’가 이런 파도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 밀실에서 노조달래기… 시민사회·노동계는 ‘무시’

사실 황 사장이 내정되면서 가장 크게 우려됐던 부분 중 하나는 노조와의 관계였다.

이유는 황 사장이 ‘무노조’로 악명 높은 삼성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KT노조는 조합원만 2만5,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노조다.

물론 KT노조가 일각에서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들을 만큼 상대적으로 회사에 협력적인 편이긴 하다. 그러나 아무리 협력적이더라도 회사와 노조의 입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칫 순식간에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황 사장은 노조를 쉽게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황 사장은 지난해 12월 23일 자신의 서울 우이동 집무실에서 정윤모 KT노조위원장과 독대했다. 그리고 며칠 뒤 KT노조는 황 사장에 대한 환영의 뜻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KT노조 측은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고,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타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사가 협력적인 관계를 다짐한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이다. 허나 그 과정에서 다소 찜찜함이 남기도 했다.

두 사람이 독대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나눴는지는 크게 전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 KT노조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같은 고향 출신이라 긴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했다”며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간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두 사람은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만난 것이 아니라 ‘한 회사의 차기 사장 내정자’와 ‘그 회사의 노조위원장’의 입장에서 만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고향 출신이라 쉽게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환영의 뜻까지 밝혔다. 이를 두고 ‘밀실합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처사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집안싸움도 계속 무시할까

더 큰 문제는 KT내에 다른 목소리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KT에는 오래전부터 사측의 부당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는 세력이 존재했다. 바로 ‘KT새노조’다. 비록 이들의 세력은 미약한 것이 사실이나, KT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자 탄압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세력 차이는 워낙 크지만, KT노조와 KT새노조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양측은 그동안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집안싸움을 벌여왔다.

그런데 최근 황 사장의 취임을 앞두고 갈등이 다시 터져 나왔다. KT노조가 회사와 노조를 비판해 온 조합원 2명에 대해 징계를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징계 대상이 된 조합원은 KT새노조 소속으로 KT노조를 ‘어용노조’, ‘식물노조’라고 비판해왔다.

특히 이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황 사장 취임 전에 빠르게 추진됐다. 덕분에 일각에서는 ‘기획 징계’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황 사장과 KT노조가 ‘눈엣가시 세력’을 어떻게 할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겠나’라는 의혹과 ‘KT노조가 신임 사장에게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움직였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더욱이 황 사장은 시민사회·노동계의 면담 요청에도 일정 대응을 하지 않았다. KT새노조와 KT계열사 노조, 시민사회·노동계 등은 지난 9일 목소리를 모아 황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지난 날 KT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황 사장은 이에 대해 일절 반응이 없었다.

이처럼 KT는 현재 내·외부에서 노사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황 사장은 무노조 삼성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사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런 의혹들이 확산될 경우 황 사장이 삼성의 무노조 정신을 KT에 이식하려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황창규 KT 사장.
◇ 황창규 사장 생일날 벌어진 ‘전쟁’

회사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우선 경영 실적 개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황 사장은 27일 취임하며 “1등 KT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KT는 최근 몇 년간 점유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SKT를 추격하기는커녕 LG유플러스에 쫓기는 신세다.

중요한 것은 경영 실적 개선의 ‘방법’이다. 통신업계 특성상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꼼수’를 쓰다보면 오히려 영업정지 등의 처분과 ‘도덕성’ 논란에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KT는 ‘일단 실적부터 올리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3일 온라인 상에서는 ‘스마트폰 보조금 전쟁’이 벌어졌다.

아이폰5S, 갤럭시 노트3 등 100만원에 달하는 인기 스마트폰이 사실상 ‘꽁짜폰’이 됐다. 물론 조건은 ‘번호이동’이었다.

KT는 이번 전쟁에서 22일 밤에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자 이튿날 SKT 역시 보조금 맞불을 놓으며 점유율 방어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덕분에 23일 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14만 건을 넘겼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과열’ 기준으로 삼고 있는 2만4,000건보다 6배나 많은 수치다. 실로 엄청난 전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를 두고 신임 사장 취임을 앞둔 KT가 ‘무리수’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자연스레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전쟁이 치러진 23일은 황 사장의 생일이었다.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황창규 사장의 생일 선물’이란 말까지 나왔다. 일선 현장에서도 ‘KT가 황 사장 취임이 다가오자 앞뒤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보조금 카드’는 각 통신사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카드일지는 모르겠으나,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임에는 분명하다.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각 통신업체에게도 부정적이다.

방통위는 통신업계의 ‘1월 대란’과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황 사장 역시 책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순 없을 전망이다. 결국 황 사장은 자신의 생일날 벌어진 ‘보조금 전쟁’으로 취임 초부터 암초를 만나게 됐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황의 방법’이다. 황 사장의 이끄는 KT도 계속해서 ‘보조금 꼼수’로 연명할지, 많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며 혁신적인 방법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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