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금호가(家)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최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금호가에 변화의 기류가 예상되는가 싶었더니, 이내 소액주주들이 “247억을 배상하라”며 박삼구-박찬구 형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또 다시 태풍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첩첩산중’. 꼭 금호그룹의 상황이 그렇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지난 28일 경제개혁연대와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은 28일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이사 9명을 “아시아나항공에 247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박 회장 등이 유류할증료 담합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회사에 103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이사들이 부실이 우려되는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회사가 유류할증료 담합조사를 받을 때 감독업무를 소홀히 하는 등 총 247억6,000만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사들에게 담합 감독 책임을 묻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일주일 만에 터진 일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찬구 회장은 지난 16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외부에서는 좀처럼 악재가 멈추지 않는 금호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에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두 사람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견해 차이로 사이가 나빠졌다.

이후 박찬구 회장의 분리경영을 두고 금호석화에 대한 지분 경쟁을 벌였다. 박찬구 회장 측은 금호아시아나 측의 제보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생각해 계열분리, ‘금호’ 상표권에 대한 소송까지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수 년 동안 갈등이 깊어진 이들이 박찬구 회장의 이번 1심 판결을 계기로 일정부분 변화가 발생할 지 관심이 집중되던 터였다. 박찬구 회장이 이번 판결로 상당부분 혐의를 벗을 수 있게 되면서 형 박삼구 회장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지 주목됐던 것.

당장 오는 3월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심 선고 이후 아시아나그룹 측에 대한 금호석유화학 측의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12.61% 소유한 2대 주주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상호출자로 연결돼 있는 탓에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금호산업 지분율을 13%에서 10% 이하로 낮춰야만 최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올해로 예정된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졸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분율을 낮추지 못하면 상법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이 최대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의 주총 의결권 보유 여부를 결정짓는 의결권 확정 기준 일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시아나 주주총회를 전후로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이번 소송까지 겹치면서 금호가를 둘러싼 기류는 다시금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소송을 맞아야 하는 예민한 상황에 맞닥들인 것이다.

한편 소액주주들의 이번 소송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산업 CP 매입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부도 및 법정관리를 피하고자 채권단 요청에 따른 것매입은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측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은 소장을 받아본 뒤 내용을 검토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당시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비상근 등기이사로 등재가 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나항공에서 임원보수를 이었다. 항공운임 담합 조사 때는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금호산업 CP 받았다거나, 이사회의 표결에 참여했다던가하는 등의 일체의 경영해위에 참여한 적이 없다. 단지, 형제라는 이유로 동급으로 비난받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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