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박찬구 회장 운전기사 자료 유출 혐의로 고소"
내부문서 유출 놓고 박삼구-박찬구 금호가 형제 갈등 또 격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우)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박삼구·박찬구 금호가 형제들이 또 맞붙었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회장의 운전기사인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의 보안직원을 매수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관련된 정보를 빼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론 운전기사를 고소했지만, 사실상 박찬구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 수년째 앙숙관계로 갈등을 빚어온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또 다시 ‘진흙탕 싸움’을 벌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운전기사인 A씨가 보안업체 직원 B씨를 매수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일정 등이 담긴 비서실 자료를 몰래 빼낸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의뢰했다.”

◇금호아시아나 "배후 누군지 밝혀내야"

지난 3일 ‘설 명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인 A씨와 보안요원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와함께 경찰에 ▲이번 사건을 사주한 배후가 누구인지 ▲얼마나 많은 문건이 빼돌렸는지 ▲ 금품수수 등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 B씨가 비서실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문서를 촬영하는 모습 등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와 ▲ B씨의 범행 자술서 등도 경찰에 제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공개한 보안용역업체 직원이 비서실 내부문서를 빼돌리는 장면. (제공 = 금호아시아나그룹)
B씨는 자술서에서 “지난 2011년 11월부터 80여차례 걸쳐 비서실에 몰래 들어가 문서를 사진 촬영했고, 이를 문서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운전기사인 A씨에게 전달했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보를 전달하는 대가로 수십 차례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빼낸 자료들이 그룹을 공격하는 자료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비서실의 자료가 일부 유출된 정황이 있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B씨의 범행 사실이 확인됐고, B씨는 범행을 사주한 사람으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인 A씨를 지목했다”며 “사건의 배후를 명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번 사건의 배후로 박찬구 회장을 의심하고 있다. 운전기사인 A씨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빼낼 갈 이유가 없다는 것.

A씨는 박찬구 회장의 곁에서 10년 이상 운전기사로 일한 직원이다. 특히 A씨는 지난해 8월 “(박찬구) 회장님을 배신했다”며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에게 술잔의 술을 들이 붓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가 고소를 당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서울 한남동 모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기 대표 부부가 부부동반 모임을 이유로 방문하자, 부부를 따라가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 대표는 박찬구 회장과 광주일고 동문 사이로 친분이 두터웠으나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자 박찬구 회장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화 "경찰 조사 지켜볼 것"

한편 금호석화 측은 이번 사건의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며 “경찰조사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누구를 사주하거나 매수한 적은 없다”며 “통상 어느 기업이든 보안요원과 차량운전기사들은 윗선의 동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는 나눴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장님은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재계에선 이번 사건을 ‘두 형제의 갈등의 골’을 보여준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금호그룹 창업자 고(故) 박인천 회장의 3남인 박삼구 회장과 4남인 박찬구 회장은 한 때 재계에서 한 때 ‘형제경영’의 모범사례로 불릴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더니,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부터는 완전히 틀어졌다. 이들은 지분 매입 경쟁을 펼치며 ‘경영권 다툼’에 들어갔고, 금호그룹은 ‘형제의 난’을 겪었다. 2009년에는 삼구 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 채권단의 중재로 각자의 자리에 복귀했지만 이들은 계열분리, 상표권 소송, 어음반환 등 수차례 소송과 맞소송을 펼치며 현재까지 갈등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일각에선 횡령 혐의로 기소됐던 박찬구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양측의 화해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이번 고소 사건을 계기로 형제간 갈등의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이슈가 다음 달 초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주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금호산업(30.08%)에 이은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12.61%)다. 양측은 금호산업이 내달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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