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막내딸 조현민 전무, 정석기업 대표이사 선임
삼남매 핵심 계열사에 전면 포진, 후계경쟁 본격 돌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한진그룹 3세들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후계구도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준비와 함께 세 자녀를 ‘경영전면’에 등장시켰다. 조현아-조원태-조현민 등 세 남매는 직함을 늘려가며 핵심 보직을 속속 꿰찼다. 여기에 최근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션실 전무가 ‘정석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진그룹의 경영승계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 전무는 조양호 회장, 원종승 대표와 함께 정석기업의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사진)가 정석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한항공 측은 선임 배경에 대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조 전무는 2010년 초부터 정석기업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해왔다”라고 설명했다.

◇ 3세 경영 본격화

그러나 재계에선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승계’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건물이나 토지 등 부동산 관련자산을 매입, 매각 및 임대 등 총괄 관리하는 계열사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알짜’ 회사다. 2012년에는 38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자산규모가 3,449억원에 이른다. 

특히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그룹을 지배해 왔다. 지난해 8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출범시켰지만, 이같은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정석기업의 지분은 조 회장의 일가와 한진그룹의 계열사들이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지분 48.28%를, 조 회장(27.21%)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41.1%를 갖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무도 각각 1.28%를 갖고 있다.

업계에선 ‘정석기업’과 지주사의 ‘한진칼’의 합병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정석기업을 한진칼과 합병하거나 한진의 투자부문과 합병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진칼이 정석기업을 흡수합병하면 순환출자구조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부족한 자금력도 확충할 수 있다.

조 전무는 이 같은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무가 정석기업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한진가 3세들은 본격적인 경쟁 준비에 돌입했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경영승계 작업’도 동시에 진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경영실적에 향배 갈릴 듯

현재 한진가 3세들은 주요 계열사의 핵심 보직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서 있지만, 누가 ‘후계구도’에서 우위에 서 있는지는 확신하긴 이르다는 시각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좌), 조현아 부사장(가운데), 조현민 전무(우)

조 회장의 세 자녀들은 한진칼과 정석기업, ㈜한진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유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석기업은 세 남매가 1.28%씩 지분을 갖고 있고 한진칼은 1.08%, ㈜한진은 0.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이 워낙 적기 때문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자금도 부족하다.

결국 경영 승계 문제는 조 회장의 판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지분 승계를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후계구도의 향방이 결정되는 것.

재계 안팎에선 ‘경영 성과’를 내는 자녀에게 조 회장의 마음이 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세 자녀에게 그룹 계열사의 핵심 보직을 맡겼다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에겐 대한항공의 핵심 수익원인 화물운송 업무와 지주사의 경영을 맡겼다.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은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과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등을 겸직하게 했다. 또한 막내딸인 조 전무는 대한항공 마케팅 및 홍보 총괄업무와 저비용항공사 진에어 본부장, 정석기업의 대표이사직을 맡겼다. 

재계에선 이들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맡고 있는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가 후계경쟁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시선에 대해 대한한공 관계자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대한한공 관계자는 “세 분 다 아직 나이가 젊고, 경영 승계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업계에서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 같다. 조 전무의 정석기업 대표이사 선임도 경영승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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