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한은행 정관계 인사 계좌 불법 조회 사실 일부 포착
징계 수위 관심 집중, 신한은행 "확정 아냐, 조사 진행 중인 사안"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의 정관계 불법조회 파문’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한 회장은 오는 3월 ‘2기 체제’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경영 밑그림’을 그리기에 바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신한은행의 ‘정관계 인사 불법조회 의혹’과 관련해 일부 조회 사실을 확인됐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한 회장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신한은행의 ‘정관계 인사 계좌 불법조회 의혹’과 관련해 특별 검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한 매체는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인 결과, 일부 정관계 인사의 계좌를 부당 조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노회찬 대표 등 정관계
    고위인사 7명 계좌 조회"

이 매체는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빌어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일부 정치인에 대한 신한은행의 계좌 조회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상시 감시차원으로 보이지만 부적절 소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 신한은행
금감원의 이번 특별검사는 지난해 10월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이 야당 중진의원을 비롯해 22명의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 정보를 불법 조회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은 제보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직원들은 2010년 4월부터 매월 약 20만건 내외의 고객정보를 동의 없이 무단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조회 대상엔 박지원·박병석·박영선·정동영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18대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신상훈 전 사장을 포함한 신한은행 주요 임원,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전·현직 경제관료, 김종빈 전 검찰총장 법조계 인사 등 정관계 유력인사 등이 대거 거론됐다. 

금감원은 특검을 벌인 결과, 조회된 22명 중 15명은 ‘동명이인’이었으며,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등 나머지 7명은 실재 인물인 것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7명의 고위 인사 계좌 조회는 신한은행이 일부 무단 조회한 건도 있으나 상시감시 차원에서 들여다본 것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찬 전 대표의 경우 2010년 6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을 당시 후원회 계좌가 십여 차례 조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금감원은 이번 특검에서 지난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가 조회한 150만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일반인 계좌에 대한 부당 조회도 수백건 이상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보도가 쏟아지자 신한은행 측은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이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금감원도 일단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검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에 있어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이 불법조회로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징계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7월 종합검사결과 신한은행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1621회나 고객의 정보를 부당 조회한 사실이 적발해 제재를 한 바 있다.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은행이 ‘불법 조회 파문’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불어 닥칠 여파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한동우 회장, 입지에 영향 미치나

한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2기 체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번 악재가 만약 현실화된다면, 한 회장의 ‘2기 체제’는 먹구름과 함께 닻을 올리는 셈이 된다. 이는 곧 한 회장의 입지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높다.

특히 신한은행의 불법조회 파문은 이른바 '신한사태'와 연관돼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 회장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한사태는 라응찬 신한금융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대립한 사건이다. 업계에선 신한은행의 불법조회는 신 전 사장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갖가지 구설이 끊임없이 불거지면서 신한금융은 '신한사태'의 후폭풍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신한은행 퇴직 직원들의 모임인 ‘신한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한 회장은 본인의 나이에 맞게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정하고 회장 후보 자격에 ‘퇴직 2년 이내’라는 경력조항까지 넣었다. 결과적으로 외부인사는 배제하고 내부 인사는 회장의 눈치를 보게 만든 불평등한 룰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업계에선 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신한은행이 잇따라 도덕적인 해이로 제재를 받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한 회장에게 조직관리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2기체제 출범을 앞둔 한 회장의 앞날이 먹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 이번 사태의 추이의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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