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의 왕래가 적어진 요즘 세상에서 이웃의 존재감을 느끼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을 통해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지만 오히려 불편과 분노, 고통을 부른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겪은 지난 2년간 재택근무, 재택학습 빈도가 높아지며 더 많은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시사위크>는 층간소음 피해 상황과 입법으로 해결 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민권익위원회가 층간소음 분쟁을 줄이기 위해 층간소음 현장조사 업무를 지자체로 확대하고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도록 하는 제도개선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게티 이미지
국민권익위원회가 층간소음 분쟁을 줄이기 위해 층간소음 현장조사 업무를 지자체로 확대하고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도록 하는 제도개선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게티 이미지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국토교통부·경찰청·지방자치단체에 25일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 사항에는 층간소음 현장조사 인력 확충과 과태료 규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권고사항이 이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좀처럼 줄지 않는 층간소음 분쟁… 권익위, 국민의견 듣고 제도개선 권고

층간소음 현장조사 전담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전화상담 접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2만1,915건으로 나타났다. 연간 건수는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 2019년 2만6,257건,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피해 접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전화상담 접수 건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2만1,915건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자 연간 층간소음 갈등 신고 건수가 4만 건을 넘어섰다./자료=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그래픽=김기권 기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전화상담 접수 건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2만1,915건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자 연간 층간소음 갈등 신고 건수가 4만 건을 넘어섰다./자료=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그래픽=김기권 기자

권익위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 현장조사 업무를 지자체로 확대할 것 △분쟁조정신청 서류에 상대방 인적사항 기재 간소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과태료 제도를 도입할 것 △갈등이 생기면 경찰이 출동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동의 하에 대화전문가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0조(처리결과의 통보)는 행정기관의 장은 권익위 권고를 존중해야 하며 처리결과를 30일 안에 권익위에 통보해야 하고, 권고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권익위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권익위의 권고가 관심을 받는 이유다.

지난 8월 권익위는 층간소음 갈등 해소 방법에 대해 국민생각함 설문조사(8월 9일~8월 22일, 1,976명 참여)를 진행했다. 권익위 측은 이 설문조사를 반영해 주요 권고사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인력 부족으로 신속한 중재업무가 어려운 상황인데, 현장조사와 소음측정 등의 업무를 지자체 등으로 확대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90.68%(1,792명)는 ‘찬성’으로 답했다.

‘야간 시간(오후 10시~오전 6시)에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대한 조정 거부나 악의적·보복성 소음유발에 대한 과태료 등의 제재 신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88.41%(1,747명)가 공동체 생활에 피해를 줄 정도의 소음유발 행위 제재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권고에서 분쟁조정신청 관련 내용 및 경찰과 대화전문가가 함께하는 갈등해결 방법은 이미 일부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권고들은 관계 부처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과태료 제도 도입 및 지자체 현장조사 업무 확대 등이 도입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분쟁조정 속도 높이고 악의적 소음에는 과태료 권고

우선 권익위는 층간소음 전담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인력이 전국 36명밖에 없다는 것을 밝히면서 지자체로 현장조사 업무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사건이 발생하고 수개월이 지나야 현장조사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국토부 담당인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려면 상대 세대의 이름과 연락처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익위는 이 때문에 조정이 원활하지 못했다며 분쟁조정신청 정보 간소화로 분쟁 해결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권고했다.

소송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변호사 수임료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 반면 분쟁조정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해결 가능하고 신청 수수료 1만원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권익위는 분쟁 조정 처리를 더욱 빠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장조사까지 늦어지는 원인에는 인력 문제도 있고 해당 세대에 허가를 얻어야 소음측정을 실시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조사는 양 세대 간에 합의를 하도록 유도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게 안내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신청 세대 집을 비우고 측정 장비를 24시간 동안 설치해서 상대 세대의 소음만 측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장조사 업무가 지자체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서울은 인력이 괜찮은데 영남권의 경우 3명이 지역을 전부 돌아다니는 상황이고 일정 조율할 때 서울 지역보다는 지방은 장기간 걸리는 부분이 있다. 지자체에서 별도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보니까 이웃사이센터로 (신고가) 몰린다. 지자체에서도 역할이 확대가 된다면 갈등 초기에 문제를 중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분쟁조정신청 정보 간소화 조치가 도움이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대방 인적사항을 적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인적사항이 없어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협조문서를 보내게 되고 그렇게 상대방도 분쟁조정 진행상황을 알게 된다. 인적사항을 알고 있거나 없거나 상대방이 조정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상대방 의사에 따라 조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분쟁신청을 할 때) 상대방 이름과 연락처를 모르면 공란으로 두게 했고, 상대 집 호수만 알면 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면서 “민원 사례에 이름과 연락처를 모르면 각하해서 신청을 못하게 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태료 권고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을 했다”면서 “과태료 규정은 ‘소음·진동관리법’에 신설 된다. 환경부에서 도입하면 과태료 수준이 정해질 거고 과태료로 인한 해결 보다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일단 조정에 참여하는 것을 강화하고자 1차는 경고 처분하고 2차부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권고 취지”라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 국민권익위, “층간소음으로 인한 국민불편 없앤다”/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자료, 2022년 10월 25일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532331

 

- 공동주택 층간소음 생활 불편 줄인다/ 환경부 발표자료, 2022년 8월 23일

http://www.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1544080&menuId=10525

 

- ‘층간소음 갈등 해소’ 설문조사/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 2022년 8월 22일

https://www.epeople.go.kr/cmmn/idea/redirect.do?ideaRegNo=1AE-2208-0000497

 

-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0조

https://www.law.go.kr/법령/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20220705,18715,20220104)/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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