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용산 이태원로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하며 전례 없는 인명 피해를 남겼다. 사고 현장 부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진=연미선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용산 이태원로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하며 전례 없는 인명 피해를 남겼다. 사고 현장 부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진=연미선 기자

시사위크∣이태원동=연미선 기자  “아쉬운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날 도로에는 사람도 차도 너무 많았는데, 경찰이라든지 통제 인력이 아래쪽(이태원역 근처)에만 있고 위쪽(해밀톤 호텔 뒤편)에는 없었던 것 같거든요.”

지난달 31일 기자가 만난 A씨(20대‧남)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이태원역 건너편에서 현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인근을 지나치고 있었다. A씨는 이날 이태원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오후 10시경 인파가 점점 더 몰리자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이태원동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 추모 행렬 이어진 ‘이태원역 1번 출구’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용산 이태원로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역 1번 출구 해밀톤 호텔 일대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1일 기준 오전 11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 현황은 △사망자 155명 △부상자는 중상 30명 포함 총 152명이다. 외국인은 △사망자 26명 △부상자 15명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삼거리 인근의 상점들은 대부분 불이 꺼져있었다.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 종종 보였지만 대체로 복잡한 표정이었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 사진=연미선 기자
이태원 삼거리 인근의 상점들은 대부분 불이 꺼져있었다.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 종종 보였지만 대체로 복잡한 표정이었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 사진=연미선 기자

기자는 지난달 31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엔 폴리스라인이 처져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1번 출구 인근엔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국화 한 송이와 편지를 내려놓고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아침에 비극의 현장이 된 이곳에서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기리며 한참을 말없이 서있었다.

멀리서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현장을 한참 바라보곤 했다. 말없이 길 건너편 현장을 지켜보던 A씨는 “사고가 일어난 현장이 이 부근이라 이곳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사실 이태원 거리 전체가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짚으며 “사고 전날에도 사람이 꽤 많았었던 것 같은데, 전반적인 통제가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가애도기간에 따라 예고된 대로 이태원 삼거리 인근의 상점들은 대부분 불이 꺼져있었다. 그나마 영업을 하는 상인들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기자는 상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려 시도했지만 대부분 정중하게 거절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 현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용산구청 근처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현장은 조용하고 엄숙한 추모 분위기였다./ 사진=연미선 기자
사고 현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용산구청 근처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현장은 조용하고 엄숙한 추모 분위기였다./ 사진=연미선 기자

◇ 합동분향소에도 이어진 묵념… 엄숙한 추모 분위기 

이태원역에서 벗어나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하자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었다. 

현장은 조용하고 엄숙했다.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말없이 묵념하는 모습이었다. 사건의 참담함에 대해 말하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시민들은 차례로 준비된 국화를 한 송이씩 받아 그 앞에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합동분향소 오른편에는 이태원 사고 재난심리지원 현장상담소도 마련됐다.

기자는 20대 자녀를 둔 B씨(50대‧여)도 만났다. 그는 피해자 나이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로써 너무 잔혹한 사고였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B씨는 “뉴스로 사고 영상을 보는데 그 현장에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을 탈 때 사람이 몰리면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된다.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되다보니 어느 순간 나도 혹은 내 자녀도 그런 순간에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오전 사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며, 사망자 장례 등 후속조치에 총력을 다할 것을 관계기관에 지시했다. 이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경찰청은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총 561명으로 편성된 ‘이태원 사고 수사본부’를 설치했으며, 현재 인근에 설치된 CCTV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또한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해 사이버검색을 강화하고 방심위‧통신사업자에게 63건을 삭제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전례 없는 인명 사고였다. 누구도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다. 하지만 예견된 인파였던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