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유상증자 규모가 애초 계획보다 3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제주항공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규모가 애초 계획보다 3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제주항공

시사위크 권정두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신주발생가액’을 공시하는 한편, 기존의 유상증자 관련 공시들도 해당 내용에 맞춰 정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이번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7,980원으로 확정됐는데요.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시작하며 제시했던 예정발행가액 1만1,750원은 물론, 1차 발행가액이었던 1만1,250원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낮아진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의 이번 유상증자 규모도 당초 3,200억원이었던 것이 1차 발행가액 기준 3,063억원에서 최종 2,173억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유상증자 규모가 왜 줄어든 걸까요?

자본을 늘린다는 의미의 증자는 기본적으로 주식 추가 발행을 통해 이뤄집니다. 추가로 발행하는 주식을 회사 외부에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유상증자와 회사 내부에 쌓아둔 자금으로 충당하며 기존 주주들에게 무료로 주식을 추가 지급하는 무상증자로 나뉘죠.

제주항공이 지난 8월 추진하고 나섰던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인데요. 기존 주주들에게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 즉 ‘신주’를 살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고, 남는 신주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겁니다.

이 같은 유상증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주의 가격입니다. 회사 입장에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결정되고, 주주 및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죠.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 신주의 가격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높으면 신주가 팔리지 않아 유상증자에 실패할 수 있고, 가격이 너무 낮은 경우에도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나 주가 하락 등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죠. 이에 대다수 상장사들은 그간의 관행에 따라 신주 가격을 결정하곤 합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유상증자 결정 발표와 함께 제시된 예정발행가액은 유상증자 결정 전 1개월 및 1주일의 가중산줄평균주가(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눈 것)와 직전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격과 최근일 종가 중 낮은 금액에 회사가 결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결정했습니다.

이어 1차 발행가액은 신주배정일로부터 3거래일 전을 기준으로 앞서와 같은 방식을 통해 기준주가를 산출하고,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했습니다. 2차 발행가액 역시 구주주 청약개시일로부터 3거래일 전을 기준 삼아 같은 방식으로 산정됐죠. 이렇게 산정한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더 낮은 것이 확정 발행가액으로 결정되는 겁니다.

문제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제주항공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입니다. 유상증자 추진을 처음 발표한 지난 8월 26일 제주항공의 종가는 1만6,55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종가는 9,970원까지 떨어졌죠. 자연스레 유상증자 확정 발행가액과 규모도 주가를 따라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상증자 규모가 계획보다 줄어도 제주항공은 괜찮을까요?

제주항공이 이번에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나선 목적은 시설자금 확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위기를 마주했던 제주항공은 2020년과 2021년에도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는데요. 당시엔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자금 확보가 목적이었습니다. 즉, 이전 2년간의 유상증자가 위기상황 속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유상증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이었죠.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항공 수요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제주항공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자금을 항공기 도입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8년 보잉과 보잉 737맥스 40기 확정구매 및 10기 옵션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요. 발표 당시 계약 규모가 44억달러, 우리 돈 약 5조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었습니다. 이 중 내년부터 도입될 항공기 및 자재 자금 확보를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실시한 겁니다.

이 같은 항공기 및 항공기자재 도입을 위해 제주항공이 2024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시설자금은 3,388억원입니다. 물론 이는 진행 상황이나 환율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죠.

그런데 이러한 필요에 발맞춰 당초 3,2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유상증자가 2,173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신규 투자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죠. 나아가 제주항공이 추가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요.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유상증자 관련 공시를 통해 모집되는 금액이 계획보다 부족할 경우 자체 보유현금 및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 역시 “필요한 시설자금의 규모 및 시점은 유동적이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계획보다 줄어들어도 회사 자금 등을 통해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죠.

물론 제주항공의 이번 유상증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가 유상증자 계획 확정을 위한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우선 오는 3일부터 4일까지 우리사주조합 및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이 진행되죠. 이어 8일~9일엔 남은 신주에 대한 일반청약이 진행됩니다. 이때 기존 주주들의 청약율이나 일반청약 경쟁률 등은 제주항공을 향한 시장의 평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가 될 전망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제주항공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 공시
2022.10.3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주항공 ‘[발행조건확정] 증권신고서’ 공시
2022.11.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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